“성장이 있어야 분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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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있어야 분배도 있다”

장경영 기자2010.03.31읽기 6원문 보기
#경제성장#소득 불평등#빈곤 감소#벤저민 프리드먼#쿠즈네츠 곡선#생활수준 향상#1인당 소득#산업화

성장→ 소득증가→ 생활수준 향상→ 도덕적 성숙성장이 일정단계에 이르면 富의 불평등도 개선 ▶ 프리드먼의 '성장 예찬'"경제성장은 확실히 빈곤을 감소시킨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8년 약 3억명의 인구가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생활했다. 또 다른 6억8000만명은 하루 1달러 초과 2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했다. 다 합쳐 10억명에 조금 못 미치는 사람들,즉 세계 인구의 약 19%가 극빈층에 해당했다. 지구는 여전히 가난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더 거슬러 올라가 25년 전에는 하루 1~2달러로 생활하는 사람의 수가 5억명이 더 많은 15억명에 달했다. 이는 세계 인구의 약 40%였다.

이처럼 빈곤인구 비중이 급감한 데는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 반면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특히 사하라사막 이남의 국가들은 경제성장에 실패해 빈곤인구 비중이 48%에서 60%로 증가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전체의 평균 1인당 소득은 아시아보다 25% 더 높았다. 하지만 아시아의 빠른 경제성장과 아프리카의 성장 정체로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 20세기 말엔 아시아의 소득이 아프리카보다 평균적으로 2.5배 이상 높아졌다. "미국 하버드대 벤저민 프리드먼 교수는 자신의 저서 '경제성장의 미래'를 통해 성장이 빈곤을 줄여주는 게 명백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사람들이 선해지는 효과가 발생하고,이것이 다시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또 경제성장은 일정단계에 이르면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킨다는 게 프리드먼 교수의 설명이다. ⊙ 경제성장→소득증가→생활수준 향상→도덕적 성숙프리드먼 교수는 경제성장이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 예로 한국과 자메이카를 비교한다. 25년 전 두 나라의 평균소득은 미국의 약 20%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 경제는 평균적으로 매년 인구 증가 속도를 5.5배 웃도는 성장을 이뤘고 자메이카의 성장은 부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약 1만8000달러(프리드먼 교수의 책은 2005년 출판됨)로 세계적인 수준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거의 절반이며 그리스와 포르투갈 같은 서구 유럽의 몇몇 국가들과 맞먹을 정도다. 반면 자메이카의 평균소득은 38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소득의 차이는 생활수준의 차이로 연결됐다. 한국은 자메이카보다 기대수명이 길고,영아사망률이 낮으며,취학률도 더 높다. 이런 기준들에서 한국은 대체로 미국의 수준에 근접해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좀 더 개방적이며 관대하고 민주적이 된다는 게 프리드먼 교수의 주장이다.

생활수준의 향상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결국엔 사회 전체의 도덕적 성숙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는 맹자에 나오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생긴다'는 말과도 통한다. 일정한 생업이나 재산이 있어야 올바른 마음가짐이 생긴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도덕적 삶도,먹고 자고 입는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 성장이 이뤄지면 분배도 개선프리드먼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자이자 인구통계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의 연구를 소개한다. 쿠즈네츠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 불평등은 확대되다가 일정단계에 이르면 축소된다고 주장한다.

산업화 초기엔 노동인구의 상당수가 저임금 농업노동에서 고임금을 쫓아 공장과 서비스 일자리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나타난다.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신기술이 도입되고 새로운 기업경영방식이 등장한다.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노동자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되고 불평등이 확대된다. 쿠즈네츠는 경제성장이 더 진행되면서 불평등을 유발한 요인이 힘을 잃는다고 설명한다. 소득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 출산율이 대체로 낮아지고 그 결과 인구증가세가 둔화된다. 이는 저소득층의 임금 하락 추세를 막는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면서 임금 격차는 점차 축소된다. 이 같은 쿠즈네츠의 주장대로라면 경제성장의 적절한 시점이 되면 소득 불평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이에 비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한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가 시간이 흐를수록 필연적으로 저소득 노동계급을 더 비참한 궁지로 몰아가 날카로운 계층 간 대립과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즈네츠는 19세기 전반기 영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거진 불평등을 목격한 마르크스가 근시안적인 추론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영국의 불평등은 마르크스의 주장이 나온 뒤 오래지 않아 축소되기 시작해 19세기가 끝나기 한참 전에 그 이전 어느 시기보다 평등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장이 분배를 개선시킨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85년 2분기~2005년 4분기의 경제성장률과 소득양극화 지수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소득양극화 지수가 0.57% 감소해 성장이 분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 경제성장은 전 세계 영구평화의 시발점위에서 살펴본 '경제성장→도덕적 성숙→경제성장'의 선순환 논리는 임마누엘 칸트의 '영구평화론'에선 개별 국가가 아닌 전 세계로 확대된다.

칸트는 모든 국가가 민주 공화정을 채택할 때 전 세계 영구평화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창했다. 민주 공화정은 법치주의, 시민권, 사유재산권 등이 확고하게 뿌리 내린 사회다. 어느 국가가 민주 공화정을 채택할 수 있으려면 우선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윤택한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배고픈 국민이 법을 따르고, 권력의 견제와 균형 원칙을 존중하며,서로의 재산권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민주 공화정에선 위정자가 시민들이 원치 않는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일으키는 게 애당초 불가능하다. 민주 공화정 국가들은 '전쟁'이 아닌 '무역'을 통해 경제적 부를 키워간다.

이런 국가들이 많아질수록 국가 간 전쟁은 줄어든다. 결국 경제성장은 세계적인 평화구조를 만드는 시발점인 셈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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