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내시는 역사상 대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하지만 그 공이 오롯이 내시 자신에게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가 떨친 유명세의 상당 부분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시 역을 맡아 호연한 러셀 크로의 덕이다.
영화는 게임이론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었지만, 40년 동안 정신분열증에 시달린 천재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내시의 삶을 다뤘다. 정신질환으로 황폐해져 가는 그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아내 앨리샤 라지(제니퍼 코넬리 분)와의 사랑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영화는 2002년 제59회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4개 상을 받았고, 같은해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감독상·여우조연상·각색상을 받았다. 내시의 실제 삶 역시 영화의 화려한 수상이력 못지않다. 그는 끈질긴 노력 끝에 정신질환을 거의 극복하고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남자는 천재다”
1940년대 미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프린스턴대 대학원. 무시험 장학생으로 입학한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의 수학과 새내기가 눈길을 끈다. 내성적이며 무뚝뚝하고, 오만할 정도로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이 천재가 바로 내시다. 그는 기숙사 유리창을 노트 삼아 자신만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찾는 데에 매달린다.
실제 존 내시는 192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블루필드에서 태어났다. 고등학생이 됐을 땐 미국 전역에서 10명에게만 주는 웨스팅하우스 장학금을 받고 1945년 피츠버그의 카네기공대에 입학했다. 1948년 9월 카네기공대를 졸업한 뒤 프린스턴과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동시에 입학을 제안받는다. 스무 살의 내시는 집과 가까웠던 프린스턴으로 진학한다. 영화 스토리는 이 시기부터 시작된다. 당시 프린스턴 입학을 위해 카네기공대의 지도교수가 써준 추천장에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이 남자는 천재다.”
금발 미녀 차지하기
내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리지널 아이디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어느 날 술집을 찾은 내시와 친구들. 매력적인 금발 여인을 발견하고는 ‘누가 먼저 금발 미녀를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내기를 한다.
이를 구경하던 내시는 문득 무한경쟁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친구 중 한 명은 미녀를 차지하겠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그 밤을 우울하게 보내야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친구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조건에 맞는 상대(예를 들어 갈색머리 여자)를 찾는다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친구들이 짝을 이뤄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 내시는 “각자 금발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자. 승자는 결국 한 명뿐이지만, 그게 곧 최선의 결과야”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향해 “우리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이 있지. 금발 미녀에게만 관심을 갖지 말고, 다른 여자들에게 대시한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내시가 ‘내시균형 이론’을 발견한 배경이다. 내시균형이란 상대의 전략이 주어졌다는 전제 아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두 사람 모두에게 최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선택이 존재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것. 하지만 개인적인 영역에서 이 같은 최선이 반드시 사회 전체의 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쟁을 줄이는 것이 사회적 효용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게 내시균형의 요체다.
“애덤 스미스는 틀렸어”
내시가 술집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정리한 논문을 본 지도교수는 말한다. “이건 150년 경제학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일세.” 교수가 말한 ‘150년 경제학의 근본’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다. 근대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미스는 개인이 각자 누릴 수 있는 최대 이익을 추구하면 결국 사회 전체가 최선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내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