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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끝나지 않은 이념분쟁

실업수당 등 분배함정에 경제 추락

2005.09.20

실업수당 등 분배함정에 경제 추락

김호영 기자2005.09.20읽기 4원문 보기
#사회적 시장경제#미국식 자본주의#실업수당#분배함정#빈부격차#복지국가#기업가 정신#주주이익

독일에서는 지난 5월 격렬한 자본주의 논쟁이 벌어졌다. 독일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진영과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세력 간 논쟁이었다. 물론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았다. 이번 독일 총선은 자본주의 논쟁의 연장선 상에 있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미국식 자본주의를 표방한 기독교민주당이나 사회적 시장경제 기반 위에 경쟁원리를 일부 가미한 사회민주당 모두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독일이나 프랑스의 사회적 시장경제체제에 대해 알아보자.◆독일식은 개인보다 사회구성체 중시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는 단어 구성에서 보여지듯이 시장보다 사회가 앞선다. 사회구성원 간의 강한 연대를 강조하는 게 사회적 시장경제 시스템의 핵심이다. 기업이나 개인의 소득이 발생하면 이를 다른 사회구성원과 일정 정도 나눠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분배를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독일 봉급생활자는 소득의 40∼50%를 연금이나 사회보장비 명목으로 떼인다.

본인이 퇴직한 뒤 받을 연금을 쌓아두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사회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일부를 재분배하는 성격이 강하다. 기업도 근로자의 퇴직연금이나 사회보장비용을 내야 한다. 이 같은 제도 덕분에 적어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못 가는 일은 없다. 문제는 놀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있다. 직업을 잃어도 봉급에 근접한 수준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 수준이 낮은 근로자는 연금 및 사회보장비용을 납부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너무 적기 때문에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는 개인에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고 기업가 정신도 자극하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미국식은 승자 중심의 경제시스템'승자가 모든 것을 얻는다(Winner takes all)'는 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완전 자유경쟁을 통해 승리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과실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영국이 미국식 자본주의를 일부 도입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시장을 통해 혁신이나 기업 성장을 자극한다. 정부는 시장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식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최대 덕목은 이익 확대다.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인력 감축도 수시로 이뤄진다. 경영진들도 근로자보다 주주이익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빈부격차를 당연시하는 측면이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면 사회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 범죄율이 높아지기도 한다. 미국에선 남성 노동가능인력의 2%가 감옥에 수감 중이라는 통계도 있다. 주주이익을 위해 노동비용을 꾸준히 줄이다보면 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된다는 비판도 있다. 소득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면 상품구매력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3의 길 있나복지와 분배를 우선시하는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삶의 질 측면에서 미국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 15개국(2004년 5월 기준)의 1인당 의사 수는 미국보다 많다. 유럽에는 극빈층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미국처럼 빈부격차도 심각하지 않다.

반면 유럽보다는 미국경제가 활기차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보다 높다. 실제로 미국은 유럽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있다. 늙은 유럽이란 말이 공연히 나온 게 아니다. 물론 유럽 국가들이 미국식 자본주의를 도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경제활동에 탄력이 붙을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미국이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럽식 복지와 분배정책을 이식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현실적으로는 자국의 경제시스템에 맞춰 보완해 나가는 게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사회안전망을 줄이는 대신 경쟁원리를 대거 도입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호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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