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해회사' 투기열풍에 거품법 제정…주식회사 제도 100년 이상 인정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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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해회사' 투기열풍에 거품법 제정…주식회사 제도 100년 이상 인정하지 않아

김동욱 기자2022.04.14읽기 5원문 보기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거품법(Bubble Act)#주식회사 제도#투기 광풍#미시시피 버블(Mississippi Bubble)#존 로(John Law)#왕실은행(Banque Royale)#서방회사(Mississippi Company)

(41) 영국과 프랑스의 투기광풍 (上) 17세기 후반 스페인과의 전쟁 등으로 국채가 급속히 늘면서 영국 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1711년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를 설립했다. 회사가 국채를 매입하도록 하고, 정부가 남아메리카 지역의 무역독점권을 회사에 부여한 것이다. 1720년 영국은 투기 광풍에 휩싸였고 남해회사 주가는 10배 이상 올랐다. 남해회사 뒤를 이어 수많은 주식회사가 난립하는 등 투기 열풍이 전국에 확산됐다. 위험을 인식한 영국 정부는 1720년 ‘거품법(Bubble Act)’을 제정해 민간회사가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는 것을 금지했다.

거품법은 투기를 선동한 자의 재산을 몰수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때 의회의 허가를 받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미 거품이 가득 낀 남해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수많은 투자자가 파산했고 영국의 주식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남해회사 파산을 계기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졌다.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경계심도 커졌다. 결국 영국 경제는 이후 100년 이상 주식회사를 현실적 제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남해회사 파산 충격으로 영국 경제의 성장과 산업혁명은 적어도 거품법이 폐지되는 1825년까지는 주식회사라는 근대적 기업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진행돼야 했다. 이에 대해 론도 캐머런 교수는 일시적 장애물에 불과했다고 보지만 영국의 역사학자 존 카스웰은 거품법이 영국에서 상업혁명의 출현을 40~50년가량 지체시켰다고까지 평가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름만 ‘남해 버블’이 아니라 ‘미시시피 버블’로 달랐을 뿐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주식시장이 동인도회사를 모델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본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는 프랑스 왕실에 접근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금 세공사인 동시에 대부업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여자를 두고 결투를 벌이다 살해 혐의를 받아 도주했던 그는 프랑스에서 도박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러고는 당시 어린아이였던 루이 14세의 섭정 오를레앙 공을 설득해 1718년 600만 리브르의 자본으로 프랑스 중앙은행 격인 왕실은행(Banque Royale)을 세웠다. 리옹과 라로셸, 투르, 아미앵, 오를레앙에는 왕실은행 지점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금속화폐를 예금으로 받고 대신은행권을 발행했다. 1719년에는 미국, 인도, 중국에서 무역을 독점하는 서방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왕실은행과 연계되며, 주식을 발행해 그것을 궁극적으로 국채를 인수하는 대가로 지불할 계획이었다. 국가의 채권자가 주주가 되고 부채는 감소하도록 해서 프랑스 왕실의 재정 수요를 획기적인 금융기법으로 충족하려고 했다. 서방회사는 루이지애나 및 서인도제도와의 교역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그의 구상대로 화폐 주조권과 조세 청부권을 부여하면서 날개를 달아줬다. 생시몽 공작이 “카드 게임에서 속임수를 쓰지 않고도 매번 이기는 기술을 가졌을 법한 사람”으로 묘사했던 로의 ‘수완’이 금융판에서도 재연된 것이다. 존 로의 서방회사는 첫해에 200%의 배당을 실행했다.

주당 500리브르인 서방회사 주가는 투자 광풍이 일면서 1720년 2월 1만5000리브르까지 치솟았다. 처음부터 액면가 500리브르의 주식은 10%의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됐지만 20회 분납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투자자는 주당 프리미엄 50리브르에 분납액 25리브르를 더한 75리브르만 지불하면 주식 매입이 가능했다. 조직적으로 투기를 자극하고 고배당 전망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뛰었다. 몇 시간 사이에 주가가 10~20%씩 오르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후 발행된 물량은 아예 1000~5000리브르에 판매됐고, 역시 분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사들였고, ‘백만장자'라는 단어가 이때 처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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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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