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현대인의 삶…희망의 처방전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불안하다.
전근대적인 신분적 속박도 없고,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왠지 모를 상실감과 몰락의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왜 그럴까?
현대 도덕철학 및 정치철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상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찰스 테일러(캐나다 맥길 대학 교수)는 '불안한 현대 사회(The Malaise of Modernity)'라는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저서에서 근대성의 병폐에서 기인하는 현대사회의 불안 원인을 세 가지로 진단하고,이런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으로 제시되는 불안 원인은 개인주의의 만연과 그에 의한 삶의 의미 상실이다.
인간은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할 때 불안해하고 방황하게 마련이다.
전근대적인 전통적 질서들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었지만,개개인들의 개별적 삶을 초월한 의미를 세계와 사회적 행위에 부여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의 개인주의는 모든 관심을 자기에게만 집중하고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진다.
그 결과 개인을 초월한 삶의 의미는 실종되고 개인은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삶의 목표들이 도구적 이성의 지배에 의해 소멸하는 사태다.
도구적 이성이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찾을 때 의지하게 되는 일종의 합리성이다.
현대는 도구적 이성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범위를 확대시켜 나갈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까지도 지배하게 되리라는 불안감이 폭넓게 깔려 있다.
이런 불안감은 인간 역시도 효용,즉 비용-소득 분석의 맥락에 의해 재단되리라는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불안 원인은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자유,자결권의 상실이다.
정치적 무력감을 느끼는 원인의 하나는 우리가 대규모적이고 중앙집권화된 관료주의적 국가에 의해 통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립적이고 원자적인 개별적 시민은 거대한 관료주의적 국가 앞에 홀로 남게 될 때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테일러는 현대 사회의 불안 원인을 이와 같이 제시하고 이에 대한 희망적 대안들을 제시한다.
우선 개인주의의 만연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테일러는 '자기 진실성(authenticity)의 이상'에 충실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자아실현'은 인생의 의미를 각자의 취향과 선택에 맡기며,타인과의 의미 공유는 관심 밖이라는 자아도취적 측면이 강한 것과 달리,이 '자기 진실성'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한 삶 속에서도 얼마든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의 지평을 형성할 수 있는 당대의 도덕적 이상이라는 것이다.
'자기'에게 진실하려면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자기 정체성은 존재론적으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므로,자기에게 진실한 사람은 타인을 자기의 의미 지평 속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