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와 유럽 재정위기
조기 총선을 앞둔 그리스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달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면서 의회가 해산되고 오는 25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 총선에서는 유로존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렉시트(Grexit)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1월6일 한국경제신문
☞ 그리스가 또다시 세계경제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급진좌파 세력이 승리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그리스 사태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그렉시트(Grexit)’는 그리스(Greece)와 엑시트(Exit·탈출)를 합친 조어로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의미한다.
그리스 총선서 급진좌파가 정권 잡을까?
‘그렉시트’ 가능성을 촉발한 것은 그리스 정치권이다. 그리스는 대통령을 국가 원수로 하는 의회중심제(의원내각제) 국가다. 1986년 헌법 개정 이후 대통령은 권한이 크게 줄어 주로 의전상의 역할을 담당하며,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은 5년 임기로 의회에서 선출되고 의회해산권을 갖는다. 정부 구성권(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 조각권)은 제1당 대표(총리)에게 있다.
그리스는 지난달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한다. 그런데 3차 투표까지 하고서도 신민당과 사회당으로 이뤄진 집권 연립여당(신민주당)이 단독으로 추대한 디마스 후보가 선출 기준인 찬성 180표(의회 정원 300석)에 못 미치는 168표를 얻는 데 그쳤다. 대통령을 뽑는 데 실패하자 그리스 정부는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25일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 총선에서 제1 야당인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리자(SYRIZA)는 극좌성향 정치조직들이 연합한 정당으로 만 40세인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이끌고 있다. 공산주의, 마오쩌둥주의, 트로츠키주의까지 가지각색의 좌파조직 13개가 시리자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 시리자는 집권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에서 받은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고 긴축정책을 되돌리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리스 정부가 외국에서 빌린 빚과 이자의 50% 탕감, 독일이 ‘병든 유럽’을 회생시키기 위해 주도하고 있는 긴축정책 철회, 경제개혁과 공기업 민영화의 철회 등을 내세우고 있다. 긴축과 경제개혁, 공기업 민영화, 사회복지의 축소 등은 국제사회가 그리스에 엄청난 구제금융(2400억유로)을 지원하면서 내걸었던 조건들이다. ‘과도하게 흥청망청대다 위기를 맞았으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트로이카로선 이미 2012년에 그리스 채무 50%를 탕감해준 까닭에 시리자가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리자는 지지율이 34~36%로 여당인 신민주당을 3~4%포인트 안팎 앞서고 있다. 그리스 선거법은 제1당에 50석의 의석을 추가로 부여하고, 정부 구성 권한도 우선 주는 까닭에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은 예전보다 크게 높아진 상태다.
시리자의 인기가 높아진 건 2009년 가을 본격화된 재정위기 이후 그리스 경제가 피폐해지면서 국민이 먹고 살기가 팍팍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그리스의 실업률은 27%를 넘고, 국민들은 임금 삭감과 복지 수준 퇴보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로 인해 긴축과 개혁을 표방하는 현 집권 연립정당보다는 야당인 시리자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부도위기 몰리는 그리스
현재로서는 ‘그렉시트’의 현실화 가능성을 단정하긴 어렵다. 일단 시리자와 여당 간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의 총선에서도 선거 직전 지지율 조사에서 신민주당 26.5%, 시리자 26.0%로 막상막하였으나 유권자들이 시리자가 집권하면 금융시장이 붕괴될 것으로 우려, 막판에 신민주당에 표를 실어 주면서 시리자가 집권에 실패한 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