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징후와 속설
흔히 경기가 나쁠 때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또 불황 때는 소주가 잘 팔리고 호황 때는 맥주가 잘 팔린다고 한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겐 신사복지수라는 게 있어서 신사복이 잘 팔리면 경기가 좋아지고, 안 팔리면 경기가 나빠지는 신호로 본다.
'경제의 날씨'라고 할 경기는 통계청 한국은행 등이 발표하는 공식 통계로만 파악되는 게 아니다.
공식 통계는 몇 달 뒤에나 알 수 있으니, 지금 당장의 경기를 판단하는 데는 생활속의 변화 행태를 파악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지표 중에는 잘못 알려졌거나 상황이 달라진 경우가 많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했거나 생활상의 변화로 근거가 바뀐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활속에서 발견되는 경기징후와 속설들을 알아보자.
⊙ 헷갈리는 치마길이 이론 본래 미니스커트와 경기를 연관짓는 속설은 불황일 때 남성들이 이성을 바라볼 여유가 없어져 여성들이 남성의 눈길을 끌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유혹이론에 근거했다.
그럴싸해 보이는 이 속설과 반대로 미국 경제학자 마브리는 1971년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치마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을 내놓았다.
1920년대, 1960년대 미국에서 짧은 치마가 유행할 때 주가가 좋았고 1930년대 대공황 때나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되레 치마가 길어졌다는 것.
하지만 예전 속설도, 마브리의 이론도 경제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요즘 일반적인 견해다.
호·불황에 관계없이 미니스커트는 청바지와 더불어 언제나 사랑받는 패션의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각선미가 자신 있는 여성들은 언제든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닌다.
경기가 나쁘면 립스틱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속설도 있다.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여성들이 다양한 화장품 세트를 구매할 여력이 없어 남성들의 눈에 가장 잘 띄고 가격도 싼 립스틱을 짙게 바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유행을 따르는 것이지 경기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 경기와 밀접한 생활지표들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신사복지수'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옷치장에 덜 민감한 가장들이 형편에 나빠지면 자기 옷 구입비부터 줄이고, 좋아지면 맨 나중에 자기 옷을 사기 때문.
또한 집집마다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먼저 깨는 금융상품이 바로 보험이다.
보험은 가입기간이 긴 데다 먼 미래의 위험보다는 현재 살림살이가 더 급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