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액션영화에는 '영화의 공식'이 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나오는 액션영화를 보면 악당이 막판에 목숨을 구걸하다가 정작 살려주면 돌변해서 달려드는 장면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정말 아쉬울 때와 아쉬움이 해소된 뒤 행동이 크게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속된 말로 "(화장실에) 들어갈 때 맘 다르고,나올 때 맘 다르다"고 한다.
이런 심리나 행태가 좀 더 심해지면 자기 권리는 '칼' 같이 챙기면서 책임은 '물'처럼 여기게 된다.
한마디로 뻔뻔해지는 것이다.
'뻔뻔함'은 법적으로 처벌이 어렵지만 도덕적으로 비난을 사기 충분하다.
"나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대입이나 입사 면접에서 다들 "뽑아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
경제학에서는 이런 행태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한다.
'역선택'이 정보비대칭에서 생기는 거래(계약) 이전 단계의 문제라면,'도덕적 해이'는 거래 이후 정보비대칭에서 파생되는 문제다.
주로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나타난다.
세상에 얼마나 '도덕적 해이'의 위험이 널려있는지 살펴보자.
◎정보비대칭은 아파트 출입문 구멍
도덕적 해이의 원인이 되는 정보비대칭은 아파트 출입문의 '내다보기 구멍'에 비유할 수 있다.
바깥을 내다보기 위한 이 구멍은 아파트 안에서 바깥 사람을 내다볼 때는 크게 보이지만 바깥에선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즉,내가 내 자신에 대해 아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잘 알 수는 없다.
여기에다 남이 볼 때와 남이 안 볼 때의 행동이 달라지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이 더해지게 마련이다.
부모는 수험생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라고 방문을 닫아 주고,행여 공부에 방해될까봐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걷기까지 한다.
하지만 공부가 싫은 수험생이라면 방문이 닫힌 순간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얼마든지 '딴 짓'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선조들은 "혼자 있음을 삼가라(愼獨)"고 가르쳤다.
남이 안 볼 때(남이 내 의도를 모를 때) 이를 이용해 마음대로 행동하거나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보험 들었으니 안심하고 운전하라(?)"
도덕적 해이도 역선택과 마찬가지로 보험회사들이 가장 고민해온 현상이다.
생명보험에 가입했다고 건강에 신경 안 쓰고,화재보험에 들었다고 화재 예방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