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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명품은 왜 바겐세일을 하지 않을까

2007.08.29

7. 명품은 왜 바겐세일을 하지 않을까

오형규 기자2007.08.29읽기 7원문 보기
#프리미엄 전략#희소성(Scarcity)#무재고 전략#게임이론#신빙성 있는 위협(Credible Threat)#스타마케팅#브랜드 이미지 관리#수요-공급 불균형

명품에 숨은 경제원리들얼마 전 미국의 세계적 팝스타인 비욘세 놀스가 매고 나와 관심을 모은 루이비통 핸드백 때문에 세계 패션계가 떠들썩했다. 지난달 23일자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루이비통의 5만250달러(약 5000만원)짜리 '트리뷰트 패치워크' 핸드백이 전 세계에서 24개만 출시됐는데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예약판매로 매진됐다는 것.비욘세는 24명의 고객 중 한 명이었다. 이로 인해 새삼 주목받은 것이 루이비통 같은 1급 명품들의 마케팅 전략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일반 상품과는 아주 다른 마케팅 전략을 쓴다. 심지어 마케팅 전략이란 용어 대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을 들여다보면 그저 고상한 게 아니라 철저한 경제원리로 무장했음을 알 수 있다. 명품 마케팅을 통해 숨은 경제원리들을 공부해보자.◆"명품이 명품다워야 명품이지…."루이비통이 세계에서 가장 모조품(짝퉁)이 많은 브랜드이지만,'트리뷰트 패치워크' 핸드백은 더욱 특별했다. 루이비통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루이비통의 150여년 역사를 찬양한다는 의미에서 진짜 루이비통 가방 14개를 조각내 오려붙인 특이한 디자인이다. 웬만한 대형 승용차보다 비싼데도 이미 동나 일반인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1급 명품일수록 '세계에서 단 몇 개'식으로 한정 판매방식을 좋아한다.

이는 명품을 희귀하게 만들기,비싸게 만들기 위한 프리미엄 전략을 통한 마케팅기법이다. 명품은 명품답게,보석은 보석답게 팔아야 더 잘 팔린다는 명품마케팅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효용가치가 훨씬 떨어지는데도 비싼 것이 '희소성' 때문이듯이….◆재고를 쌓아두느니 태워버린다루이비통과 샤넬은 재고를 쌓아 두지 않는 무재고 전략으로 유명하다. 루이비통은 안 팔리는 이월상품이 생기면 전량 본사에서 모아 폐기처분한다. 샤넬은 한술 더 떠 고문변호사와 언론까지 불러다 놓고 재고품을 공개 소각하기도 한다. 보통 의류업체들이 이월상품을 아울렛이나 해외로 싸게 넘겨 땡처리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왜 그럴까?여기에는 게임이론이 숨어있다. 게임이론은 내가 선택한 행동이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늘 이길 수 있는 우월전략을 찾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재고를 폐기처분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진품을 제값에 사야만 한다는 의식을 심어준다. 이를 게임이론에선 '신빙성 있는 위협(credible threat)'이라 부른다. 명품 가방의 바겐세일을 기다렸다 사겠다는 소비자들에게,그랬다간 가방 구경을 못할 것이란 암시(위협)를 주는 것이다. ◆감추는 것이 더 드러내는 것이다명품 브랜드는 TV 광고를 하지 않는다.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에 근사한 모델이 나오는 사진을 싣는 정도다.

인기 스타들은 스스로를 대중과 차별화하기 위해 명품을 걸치는 것을 당연시하고,명품 브랜드 모델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스타마케팅이 되는 것이다. 또 명품은 로고 문양을 되도록이면 작게 만들거나 안쪽에 숨기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 소비자들 가운데 가장 구매력이 높은 계층이 '노노스족'(nonos族;no logo no design)이다. 어떤 명품 브랜드인지 표면상 로고나 디자인만 봐선 알 수 없는 명품을 선호한다. 굳이 옷이나 가방 표면에 명품 로고를 드러내지 않더라도 알만한 사람끼리는 서로 다 알아본다는 것이다. ◆바겐세일을 하면 명품이 아니다1급 명품은 대개 바겐세일을 하지 않는다.

흔히 브랜드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1% 이내의 최상위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바겐세일을 하면 고객층은 상위 10%,20%로 확장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상위 1% 고객이 이탈하고 1급 명품으로서의 이미지가 퇴색되어 버린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대량생산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되레 품위를 떨어뜨려 손해가 되는 셈이다. 소유할 수 있는 사람보다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야 명품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귀한 명품일수록 명품소비자나 명품소비 희망자에겐 한계효용이 체감하는 것이 아니라 체증한다고 할 수 있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명품의 심리학…베블런효과, 스놉효과, 밴드웨건효과…명품 선호 심리에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현시욕이 깔려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장 보드리아르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를 소비사회로 규정하면서 명품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보았다. 즉 필수품이 아닌 욕망을 자극하는 물건을 생산·소비하며 철저히 교환가치의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이다. 다수와는 구별되는 소수의 자기 표현과 자기 만족인 셈이다.

소수의 부자를 위한 프레스티지 마케팅에 연관된 5가지 마케팅 효과를 살펴보자.우선 현시욕과 밀접한 것이 미국의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주창한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이다. 가격이 오를수록 과시욕,허영심 등으로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으로,쌀 때는 거들떠보지 않다가 가격표에 동그라미 하나가 더 붙으면 사고 싶어지는 심리다. 또 스놉 효과(snob effect)와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있다. 스놉 효과는 백로 효과,속물 효과로도 부르는데 한 상품의 소비가 늘어나면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때 인기를 모았던 '개그콘서트'의 세바스찬(엄혁필)처럼 자신은 고귀하기 때문에 남들이 쓰는 것은 싫고 비싼 것만 쓴다는 속물적 소비 행태를 가리킨다. 밴드웨건 효과는 행렬의 선두에 선 악대차(bandwagon)를 무작정 따라가는 데서 유래했는데,친구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남이 사면 따라 사는 유행을 지칭한다. 우리 속담에 남이 장에 가면 따라 간다거나 사자성어로 부화뇌동(附和雷同)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퍼펙셔니스트 효과(perfectionist effect)란 가격에 상관없이 품질 가치가 최우선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는 효과를 일컫는다.

헤도니스트 효과(hedonist effect)는 가격보다 개인의 감성적 가치를 구매 결정의 우선 요소로 두는 소비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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