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응·소비 진작…'결혼자금 증여세 면제 확대'는 어떤가
시사이슈 찬반토론

저출산 대응·소비 진작…'결혼자금 증여세 면제 확대'는 어떤가

허원순 기자2023.07.13읽기 6원문 보기
#저출산#증여세 면제#합계출산율#양극화#부의 대물림#내수 진작#기획재정부#건전재정

정부가 ‘결혼 자금’에 대해 증여세 공제(비과세) 확대를 검토 중이다. 심각하게 악화된 저출산 대응책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내용이다. 자녀에게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자금은 10년에 걸쳐 1인당 5000만원이다. 3000만원이던 것이 2013년 법이 바뀌어 2014년부터 10년째 그대로다. 기재부가 이 한도를 올리려는 것은 비혼·저출산 타개책인 데다 소비 진작 효과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간 경제 규모가 커졌고, 물가도 많이 올랐다. 주택 마련 비용까지 감안하면 결혼비용도 전국 평균 3억원을 웃돈다. 하지만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비판 여론이 부담이다.

증여나 상속 재산이 없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증여세 면제 기준을 1억~2억원으로 올리도록 법을 바꾸는 게 좋을까. [찬성] 재정 동원 결혼장려 한계, 세대 간 富이전…경제 커졌고, 인플레 대응·소비 진작 효과한국의 저출산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다. 국가소멸론까지 나올 지경이다. 지난 16년간 저출산 타개 예산으로 나랏돈 280조원을 썼으나 합계출산율(여성 생애 동안 기대되는 출생아 수)이 0.78명(2022년)으로 떨어졌다. 한때 한 해 100만 명을 넘었던 신생아가 24만9031명으로 떨어졌다. 신생아 수가 줄어드는 속도도 너무 급해 국가의 총력대응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도 유도해야 한다. 재정지출로는 한계에 달했다. 건전재정을 지향하는 판에 더 풀 나랏돈도 없다. 결국 민간의 축적된 자금이 세대 간에 이전되도록 정책적 물꼬를 터야 한다. 재정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1인당 5000만원, 1억원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각 가정의 부모와 자식 간에는 가능하다. 정부는 육아방식, 휴가, 보육과 교육 등 제도로 결혼을 회피하지 않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비 활성화에도 도움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수출 확대와 내수 진작이 필요한데, 수출 증대는 어려움이 더 크다. 내수 진작 차원에서 소비 확대를 하려면 청년층이 쓸 돈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장기 경제침체 요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산이 많은 고령층이 돈을 쓰지 않고, 80~90대 부모가 50~60대 자식에게 ‘노노(老老)상속’을 하면서 돈이 고여 있는 게 한 요인이다. 한국이 이런 모델을 따라가선 안 된다. 천문학적 저출산 정부 예산 지출을 민간으로 돌리며 소비 활성화도 꾀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 규모도 커졌다. 물가도 많이 올랐다. 결혼정보업체(듀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주택을 포함해 3억3050만원(2023년)에 달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라도 10년째 5000만원인 비과세 한도를 올려야 한다.

결혼자금에만 비과세 증여 한도를 높일 게 아니라 성인 자녀 전체로 오히려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반대] 비혼·출산기피, 돈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富의 대물림'으로 격차 키울 것가뜩이나 양극화와 경제적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도 부모나 조부모가 10년마다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자녀나 손자녀 1인당 5000만원씩 증여할 수 있다. 이런 공제(면세기준) 한도를 더 높이면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젊은 세대로 부의 이전을 촉진하는 것은 전체 사회의 발전과 경제의 성숙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한정된 계층에서만 부의 이전이 이뤄진다는 게 문제다.

그 결과는 격차를 벌리는 것이 된다. 사회로 진출할 때 출발선이 달라지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진행되는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이 세계에서 불명예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신생아가 줄어든 것이 반드시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비혼과 출산 기피가 돈이 없어서라고 입증된 바라도 있나. 결혼 기피는 가정 안에서 남녀 간 역할 분담과 양성평등 갈등, 청춘 남녀의 자유로운 독립생활 추구 탓이 더 클 수 있다. 출산을 않거나 아이를 적게 낳는 게 직장 내 경력단절 등 사회생활에서의 불이익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단지 돈 문제, 즉 경제적 고충 때문에 결혼도 출산도 기피한다는 전제에서 문제를 풀겠다면 국가적 난제도 풀지 못하면서 격차 심화라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저출산의 인구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면 다른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하고 이민 문호 확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년 제도를 없애고 고령층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면 경제활동인구 증가로 인구 감소 대응책이 된다. 설령 면제 한도를 올려도 한꺼번에 많이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규모가 커졌다지만 5000만원으로 확대됐던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은 38%, 1인당 GDP는 37% 올랐을 뿐이다. √ 생각하기 - 3600조원 고령층 자금 돌게 해야…결혼·초산·둘째 출산에 공제 차등화 해볼만 부모 세대 여윳돈을 결혼에 맞춰 자녀들에게 일부라도 넘어가게 해 저출산 대응 정부지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고령 세대가 저축금을 쓰지 않는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를 보면 세대 간 자본 이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문제는 ‘심각’을 넘어 ‘위기’로 가는 판이다. 고령층이 가진 3600조원의 자산은 사실상 고여 있는 자금이다.

사후 상속이 아니라 생전 증여로 생산적으로 쓰인다면 국가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격차 심화’라는 지적이 늘 정부엔 부담이다. 하지만 청년세대 지원책은 다각도로 모색해갈 수 있다. 출산장려 지원을 민간으로 돌리고 그쪽 정부 예산을 달리 활용하는 것이다. 굳이 결혼자금에 한할 것도 아니다. 모든 성인 자녀 증여에 비과세 기준을 올리면서 결혼·출산 때는 추가로 한도를 올려주는 방식도 좋다. 나아가 둘째 셋째 출산 때는 다시 5000만~1억원 정도 비과세 확대도 해볼 만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출산의 기회비용 줄이는 정책 펴야 등
오피니언

출산의 기회비용 줄이는 정책 펴야 등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며, 양질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과 재택근무·유연근무 등 유연한 근무제도 활성화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출산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며, 이는 중저소득층뿐 아니라 고소득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보육비 지원보다 효율적이다.

2013.02.21

낮은 출산율에 평균수명은 늘고…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커버스토리

낮은 출산율에 평균수명은 늘고…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급락하면서 인구 감소 시점이 2032년에서 2028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출산가능 여성 감소, 출산연령 상향, 혼인 감소 등으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저성장·저소비·저고용이 심화되고 국민연금·건강보험 적립금 고갈 등 사회보장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03.07

경제·경영계열은 사회적 현상이나 시사 문제가 자주 나와요
2019학년도 대입 전략

경제·경영계열은 사회적 현상이나 시사 문제가 자주 나와요

서강대 경제경영계열 논술은 최저임금제도와 같은 사회적 이슈와 경제시사를 자주 다루는 특징이 있다. 제시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수요 감소, 기업의 인력 감축 및 해외이전, 영세기업의 어려움 등 시장 메커니즘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며, 저출산 현상 등 사회경제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경제 이론뿐 아니라 시사 현안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분석 능력을 갖춰야 한다.

2018.11.01

커버스토리

생글생글i 논술 예상 주제 '베스트 10' 마련

생글생글i는 수능 이후 논술 준비가 부족한 수험생들을 위해 시사 이슈, 고전, 파워 논술 특강, 기출문제 풀이 등으로 구성된 <정시 대비 필살 논술!>을 마련했다. 여론과 포퓰리즘, 북한 핵실험, 양극화 등 주요 시사 이슈 베스트 10과 국부론, 정의론 등 필수 고전을 다루며, 첨삭교실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

2006.11.14

커버스토리

저출산 비상…합계 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1.0명 아래로 내려가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0명대에 진입했다. 이는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고령화 심화로 경제에 큰 충격이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9.03.07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