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계속고용제도' 정부 주도로 하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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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계속고용제도' 정부 주도로 하는 게 맞나

허원순 기자2022.02.17읽기 6원문 보기
#고령자 계속고용제도#정년 연장#생산연령인구#저출산율#인구절벽#잠재성장률#OECD#공적연금

정부가 다시 정년 연장 논의를 시작했다.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같은 방식을 통해 60세가 넘은 근로자에 대해서도 기업에서 계속 일하게 하자는 것으로, 2019년에도 시도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런 방안을 들고나온 것은 과도한 출산율 저하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법제화에 나서는 대신 사회적 논의를 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보자는 취지로 보인다. ‘노력 의무’로 ‘정책적 권고’를 하고 있는 일본 모델을 따라가는 분위기다. 경제활동인구를 유지하자는 취지는 맞다.

문제는 고령층에 일할 기회를 더 주는 것을 정부 주도로 할 일인지, 그렇게 해서 효과가 날 것인지다. ‘고령자 계속고용 제도’, 정부가 주도로 하는 게 맞을까. [찬성] 인구절벽·생산연령 급감…60세 이상 활용에 경제 좌우근로자 정년 연장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하든 필요한 일이다.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추이를 볼 때 늦추면 늦출수록 국가적 손해다. 무엇보다 세계 최악 수준의 저출산율과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추세를 직시해야 한다. 급격한 고령화라는 대한민국 사회의 인구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출산율은 좀체 올라가지 않는다.

경제활동인구도 필연적으로 줄어들게 되는 데 이렇게 쪼그라드는 경제는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 신생아가 줄어든다면, 대안은 고령 인구를 경제활동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인구추계를 보면 2020년 3738만 명인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2030년에는 3381만 명으로 357만 명이나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치명적인 위험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3년 0%대로 추락한 뒤 2047~2060년에는 마이너스가 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로 전락한다는 최악의 전망도 나와 있다.

그렇다고 생산인구를 갑자기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국인에 문호를 개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우수 인력이 한국을 선택해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늘어나는 고령층을 적극 활용해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야 할 길이다. 다행히 고령층은 인구만 많은 게 아니라 경험과 지식도 충분하다. 건강한 ‘젊은 노인’도 많고, 특정 분야에서 외길로 이력을 쌓아온 퇴직 전문가도 많다. 육체노동의 중요성이 확 떨어진 시대에 이런 인력을 뒷전으로 몰아내는 것은 사회적 낭비다.

고령층이 일하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기금이 늘어나면서 지급 시기까지 늦어져 국가 재정에도 크게 도움 된다. 이런 문제를 민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전면에 나서고 법제화 등으로 조기에 성과도 내야 한다. [반대] 필요하지만 청년세대 공감 절실…정부, 환경조성 주력해야고령층이 능력 닿는 데까지 더 일할 기회를 주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축적된 지식과 직업적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국가야말로 선진 사회다. 행복한 노후 생활자가 늘어나는 것은 건전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도움이 된다. 부실한 공적연금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도 기여하면서 정부의 복지 지출도 확 줄일 것이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숙련된 인력을 경제적으로 조달한다는 차원에서 논의할 만하다. 하지만 고령자나 퇴직자에게 일할 기회를 더 주는 것은 청년 세대의 일자리 확충 문제와 충돌이 생긴다. 고용 총량은 쉽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은 유럽 등 경제가 발전한 장수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일이다. 모든 세대의 입장이 두루 반영되는 공론화, 그런 과정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일자리가 더 절박한 20~30대 등 미래세대의 의견이 특별히 존중돼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게 정부가 주도할 일인가 하는 것이다. 2016년 정부가 나서 정년 60세를 법제화한 뒤의 부작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년 늘리기의 필요성이 존재했고,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신규 고용이 줄었던 것은 사실이다. 정년 60세 시행 5년 뒤의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의 89%가 정년 연장 후 중장년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호봉제 임금구조는 그대로 둔 채 단순히 정년만 연장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꼽았다. 계속고용제가 효과를 내려면 직무급과 성과급을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근본적으로 노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노동 개혁이 필수다.

정부 주도로 가면 또 한 번 정년만 덜컥 연장한 채 이처럼 필요한 고용·노동시장 개혁은 방치될 위험이 다분하다. 아예 정년 제도 자체를 없애면서 계속고용 여부는 민간기업의 자율로 돌리고, 정부는 노동 개혁에 주력해야 한다. √ 생각하기 - 일본 법 '노력 의무, 권고' 차분히 사회적 공론으로 기획재정부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까지 가동한 것을 보면 정책 이슈로 삼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다양한 준비는 당연하다. 일자리와 복지가 핵심이다. 계속고용제 개념을 보면 2021년 4월 시행된 일본의 신고령자고용안정법이 모델로 보인다.

일본은 기업에 65세에서 70세로 정년을 연장하도록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면서도 ‘권고 사항’으로 했다. 벌칙 조항도 없어 강제법이 아니다. 중요한 포인트다. 한국에서도 시작은 이렇게 해놓고 슬며시 강제법으로 바꾸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강제법이 되면 기업과 청년 세대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정치권 표 계산으로 결정될 사안도 아니다. 정년 제도 자체를 민간 자율에 맡기면서 임금체계, 고용형태, 근무시간 다양화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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