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냐 경기냐…매와 비둘기의 전쟁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물가냐 경기냐…매와 비둘기의 전쟁

고윤상 기자2026.02.26읽기 5원문 보기
#매파와 비둘기파#금리#인플레이션#양적완화#연방준비제도(Fed)#폴 볼커#벤 버냉키#리먼 브라더스

통화정책의 무게중심 제미나이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에서 수험생을 가장 긴장시키는 것은 아마도 ‘중앙은행’과 ‘금리’에 관한 지문일 것입니다. 과거 2022학년도 수능의 ‘브레턴우즈 체제’ 지문이나 2018학년도 ‘통화 정책’ 관련 지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추론해야 하는 문제는 늘 1등급을 가르는 결정적 지문으로 등장하죠. 최근 뉴스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소식을 전하며 꼭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매파와 비둘기파입니다. 왜 갑자기 새가 나오는 걸까요? 매파와 비둘기파는 금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금리라는 건 이자의 비율로, 돈의 값이라고 할 수 있죠.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 의견이 갈리는 겁니다. 매파와 비둘기파의 기원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요. 전쟁을 지속하고 확대하자는 강경파를 ‘매’에 비교했고, 외교적 해결과 평화를 주장하는 온건파를 ‘비둘기’에 비유했죠. 이 비유가 훗날 경제 영역으로 넘어왔어요. 경제 영역에선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매파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경제가 너무 뜨거워져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가장 경계하죠. 매가 먹잇감을 낚아채듯,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시중의 돈을 거두어들이는 강경한 태도를 보입니다.

매파의 논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197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취임한 폴 볼커입니다. 당시 미국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물가가 15% 가까이 치솟는 ‘지옥 같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죠. 볼커는 금리를 20%까지 올리면서 경제를 흔들었어요. 기업은 줄도산했고 실업률은 폭증했습니다. 사람들이 반발했고 정치적 압력도 커졌죠. 하지만 그 결과 물가는 3%대로 내려왔어요. 이 덕에 1980년대 다시 호황을 맞이했다는 게 매파들의 주장입니다. 당장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죠. 비둘기파는 경기부양과 고용안정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물가가 조금 오르더라도 사람들이 직장을 얻고 시장에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믿죠.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듯, 시장에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경제주체들이 활동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려 합니다. 비둘기파의 저력을 보여준 인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벤 버냉키 의장입니다. 리먼 브라더스라는 사태가 터졌어요.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붕괴했고, 이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린 사건이죠.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요. 금리를 0%로 낮추고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뿌리듯이 하죠. 덕분에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어요.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통해 살아났고, 기업들은 돈을 빌려 고용을 유지했죠. 비둘기파는 이 덕에 세계경제가 제2의 대공황을 피했다고 주장해요. 시장에서 매파와 비둘기파 중 한쪽의 영향이 커지면 어떤 영향을 줄까요. 미국 중앙은행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오거나 매파적 인물이 득세하면 금리인상이 예상되겠죠. 그럼 시중금리는 올라요. 가계와 기업들은 돈을 움켜쥐게 되죠. 물가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는 더 많은 이자를 주는 곳으로 몰리겠죠.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화 등은 약세가 됩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뜻입니다. 돈줄을 줄이니,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겠죠.

비둘기파가 득세하면 이 과정은 거꾸로 일어나요. 금리가 내려가며 시장에 활기가 돌지만, 자칫하면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거품’이 생길 위험도 있답니다. 두 입장은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하기 어려워요. 끊임없이 입장을 조정하면서 시장의 균형점을 찾아가죠.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올빼미파도 있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판단하려는 입장이죠. 결국 경제정책의 목표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태인 ‘골디락스’를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리면 물가상승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하고, 물가를 잡으면 경기 위축이라는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만나는 ‘새들의 전쟁’입니다. NIE 포인트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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