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들었다 놨다'…미국 Fed는 어떤 곳?
경제야 놀자

세계 경제 '들었다 놨다'…미국 Fed는 어떤 곳?

유승호 기자2026.05.07읽기 5원문 보기
#연방준비제도(Fed)#연방준비법#통화정책#기준금리#양적완화#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뱅크런

1907년 은행 줄도산 이후

위기 통제 기구 필요성 높아져

1913년 '연방준비법' 통과

Fed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

폴 볼커 '인플레 파이터' 명성

그린스펀, 닷컴버블 등 수습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발명품 세 가지가 있다. 불, 바퀴, 그리고 중앙은행이다.”20세기 초 미국 배우이자 칼럼니스트 윌 로저스가 한 말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이 자신의 책에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중앙은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미국 중앙은행(Fed)은 세계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오는 15일 케빈 워시 Fed 의장이 새로 취임한다. 전 세계 정책 결정자와 기업, 투자자들은 Fed의 통화정책과 의장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은행’ 이름 안 쓰는 중앙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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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강력한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이 새로운 나라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가 심했다. 초대 국무장관이자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반대파의 중심이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해밀턴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해서 1791년 미합중국 제1 은행이 탄생했다. 다만 반대파의 영향으로 운영 기간이 20년으로 제한됐고, 재인가도 받지 못했다. 얼마 안 가 미합중국 제2 은행이 등장했지만, 역시 20년 동안만 운영됐다. 미국에서 중앙은행이 오랫동안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중앙집권에 대한 거부감과 연방제 전통의 영향이 크다.

뉴욕 등 동부 지역 은행가들에 대한 남부의 반감도 배경에 있었다. 19세기 이후 경제 공황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중앙은행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특히 1907년 공황으로 실업률이 3%에서 8%로 높아졌고, 뱅크런이 일어나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했다. 당대 최대 금융 자본가 존 피어폰트 모건이 은행가들을 모아 기업과 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다음에야 위기가 가라앉았다. 위기 때마다 대자본가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중앙은행 설립 논의가 힘을 받았다. 1913년 12월 연방준비법이 의회에서 가결됐고, 이듬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출범했다.

Fed의 정확한 명칭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다. 출범 당시 은행에 대한 반감이 높았던 탓에 ‘은행’이란 명칭을 붙이지 않은 것이다. 인플레 파이터부터 헬리콥터 벤까지Fed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역대 Fed 의장 중엔 세계 경제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이 많다.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고 난 뒤 Fed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다. 그가 취임했을 때 미국 물가상승률은 15%를 넘나들었다. 그는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올렸다. 미국 물가상승률은 4년 만에 3%대로 떨어졌다.

앨런 그린스펀은 뉴욕 주식시장의 ‘검은 월요일’, 아시아 금융위기, 닷컴 버블 등 위기 때마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려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았다. 덕분에 ‘마에스트로(거장)’라는 찬사를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재임한 벤 버냉키는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쓰면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4조 달러를 시중에 풀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은 1951년부터 1970년까지 재임한 최장수 Fed 의장이다. 그는 “중앙은행의 역할은 파티가 한창 달아오를 때 펀치볼을 치우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에클스 실수와 그린스펀 함정Fed는 100여 년 역사 동안 미국과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패착도 여러 번 범했다. Fed는 1937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판단, 지급준비율을 인상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정책을 썼다. 그러자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이때 Fed의 정책을 의장이던 매리너 에클스의 이름을 따 ‘에클스 실수’라고 한다. 벤 버냉키는 “(Fed의 실수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경제 재앙에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2000년대 초반 Fed는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했다. 이런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게 만들어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Fed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의 이름을 따 ‘그린스펀 함정’이라는 말이 생겼다. 지나친 저금리 정책이 자산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는 것을 말한다. Fed가 돈 풀기와 돈 죄기를 너무 자주 해 경기변동을 키운다는 지적도 많다.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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