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 많은 수입제품에 더 높은 관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탄소배출량 많은 수입제품에 더 높은 관세

고윤상 기자2023.06.08읽기 5원문 보기
#탄소국경세(CBAM)#탄소 누출#탄소배출권거래제(ETS)#핏포55(Fit for 55)#인플레이션#글로벌 공급망#관세#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37) 탄소국경세(CBAM)

게티이미지뱅크수능에서는 종종 환경 관련 비문학 지문이 출제되곤 했습니다. 최근 환경 관련 이슈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죠. 그중에서도 ‘탄소국경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올해 발효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공부해둘 필요가 있습니다.탄소국경세란탄소국경세는 자국보다 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수출 품목에 부과하는 관세입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죠. 선진국들은 그동안 이산화탄소 등을 비롯한 배출가스 규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상대적으로 둔감했죠. 선진국에 있는 기업들은 어떤 물건을 만들더라도 높은 수준의 환경 규제를 받았습니다. 환경 규제를 맞추려면 각종 설비가 필요하고 또 규제에 맞게 제품을 생산하면 생산 비용도 늘 수밖에 없어요.반면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만든 물건은 그런 규제에서 자유롭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게 물건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인 셈이에요. 그러다 보면 친환경적이지 않은 물건이 시장에서 더 잘 유통되는 문제가 발생하겠죠. 일부 선진국 기업은 아예 생산기지를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옮겨버렸습니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말이에요. 이걸 ‘탄소 누출’이라고 표현합니다. 선진국 입장에선 ‘나 혼자 탄소 줄이려니 손해야’라며 칼을 빼든 셈이죠.논의는 예전부터 계속돼왔습니다. 2021년 7월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서 기후 대응 법안 패키지(핏포55)를 발표하면서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했죠. 이후 미뤄지다가 올해 10월부터 잠정 발효하기로 했어요. EU가 역내로 수입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 EU의 탄소배출권거래재(ETS)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별도로 부과하죠. 올해부터 3년간은 얼마큼의 탄소를 함유했는지 보고만 받고, 2026년부터는 실제 부과할 계획입니다.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탄소국경세는 제조 수출 국가인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과 화학 업종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EU와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수출은 연간 1.1%, 약 8조1000억원 감소한다고 해요. t당 50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때 기준인 만큼 탄소가격에 따라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는 숫자죠. 중국(11조4000억원)에 못지않은 피해를 입는 셈입니다.당장에 모든 산업에 적용하는 건 아닙니다. 철강, 시멘트, 화학, 알루미늄, 전력 등이 대상인데요. 문제는 전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또 각 국가가 서로 탄소국경세를 빌미로 관세 전쟁을 벌이면, 수출 기업뿐 아니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죠.탄소국경세를 둘러싼 논란탄소국경세는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있습니다. 우선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최근 세계적으로 문제였던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요. 글로벌 공급망 회복 속도가 탄소국경세로 더 늦어질 수 있고,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는 문제 제기죠. EU도 이 같은 이유로 2026년부터 실제 부과에 나서겠다고 시간적 여유를 둔 것입니다.좀 더 근본적으로는 기후 문제의 책임 소재입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이견이 존재합니다. 미국은 1990년대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97년에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20.5%를 차지하며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였지만, 점차 비중이 줄어 2018년엔 12.7%까지 떨어졌습니다. EU는 1990년 연간 40억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만큼 배출하다가 2018년에는 33억CO2eq까지 줄였죠. 반면 중국과 인도에서는 CO2eq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8년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23억CO2eq인데 이 중 중국이 26.6%나 차지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선진국이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반론합니다. 그동안 경제 성장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만큼 다 해놓고 인제 와서 우리에게만 책임을 묻느냐는 것이죠. 환경을 앞세웠지만 그 뒤에는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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