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도 없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동강 물을 팔아 이득을 챙긴 전설 속의 주인공 봉이 김선달은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가의 전형이라 부를 만하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주의 체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칼 마르크스는 과거 그의 저서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노동력을 상품화 시킨다는 것"이라고 개탄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70여 년이 지난 지금 자본주의는 칼 마르크스가 생존했던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기발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탄소배출권'이 상품으로 등장해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지 위해 탄생
탄소배출권이란 말 그대로 탄소 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리고 이 같은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를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탄소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항 등 6가지 온실 가스를 말한다.
그렇다면 탄소배출권을 사고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기원은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에 있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선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추세대로 계속 늘어날 경우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키로 합의했다.
즉 유럽연합(EU) 회원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일본 등 총 38개국은 2008년부터 5년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키로 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온실가스 제한은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화학 정유 등과 같은 일부 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다. 이는 고효율 설비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한도에 여유가 생긴 기업과 배출 한도를 지키지 못하는 기업들 간에 배출권을 서로 사고 파는 제도다. 교토의정서 대상국의 기업들 간에도 배출권 거래가 이뤄지지만 후진국 기업들도 배출권을 팔 수 있다.
교토의정서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선진국들은 개도국이나 후진국에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구축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대신 개도국이나 후진국에서 줄어든 온실가스 분량 만큼 배출권을 사들일 수 있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총량 규제라는 교토의정서의 목표는 그대로 달성하되, 각 국가들에는 일정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점은 탄소거래제도를 처음 제안한 나라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미국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 탄소 거래 가장 활발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EU다.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의무감축이 시행되는 2008년에 앞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줄이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세계은행은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탄소엑스포'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 규모는 총 300억달러로 2005년에 비해 3배로 늘었다. 이 중 약 250억달러가량이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 trading scheme)를 통해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EU가 '제2단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발표하면서 EU 회원국들 간 탄소배출권 거래가 증가했다.
탄소배출과 재생에너지 자산관리회사인 냇소스의 잭 코겐 사장은 "온실가스 시장은 점점 증가해 2006년에는 성숙단계에 접어 들었다"며 "2006년에 이 분야에는 일반 기업뿐 아니라 투자은행 등과 같은 금융회사들도 참가하고 있으며 위험관리와 이를 통한 이익창출의 매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