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막으려는 관치, 서민 대출 문턱 높인다
경제야 놀자

'이자장사'막으려는 관치, 서민 대출 문턱 높인다

유승호 기자2025.09.18읽기 5원문 보기
#시간 선호#이자율(금리)#대부자금시장#대부자금설#유동성 선호설#케인스#자원배분 비효율#관치금융

미래보다 현재 재화 소유 선호하는 인간

돈 빌려준 뒤 이자로 시간 선호 보상 받아

수요·공급따라 결정되는 대출 이자율

인위적 개입 땐 '자원배분 비효율' 발생

정부가 대출금리 인하 압박하면

은행은 서민대출부터 줄일 가능성

은행은 돈을 너무 잘 벌어도 고민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10조3254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은행의 이익은 대부분 돈을 빌린 사람들이 부담한 이자다.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대출 상환에 허덕이는 이들의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은행을 향해 “이자 놀이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했다. 이자가 무엇이길래 은행은 돈을 벌고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것일까.시간 선호와 이자의 역할

이미지 크게보기

흔히 이자를 ‘돈을 빌려 쓴 대가’라고, 금리(이자율)는 ‘돈의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이자를 죄악시하는 관념 또한 이런 인식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돈이 돈을 버니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화폐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고대에도 이자는 존재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인 수메르 문명의 쐐기문자 점토판에 이자 얘기가 있을 정도다.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에는 곡물을 빌렸을 때 33%의 이자를 얹어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돈이 없어도 이자는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 혹은 금리를 돈의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불완전한 설명이다.이자의 본질은 그것이 시간 선호의 결과라는 것이다. 사람은 같은 재화라면 나중에 갖기보다 지금 소유하기를 원한다. 똑같은 아파트 한 채를 지금 소유하는 것과 10년 후에 갖는 것 중 10년 후에 갖는 쪽을 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 재화보다 현재 재화를 좋아하는 것이 시간 선호다.만약 A에겐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의 쌀이 있고 B에겐 당장 먹을 쌀이 부족하다고 해보자. A가 B에게 남는 쌀을 빌려주고 1년 뒤 갚게 하면 이런 불균형은 해소된다. 다만 한 가마니를 빌리고 1년 후 똑같이 한 가마니를 갚게 한다면 시간 선호에 의해 A가 손해다. 이때 현재 재화와 미래 재화의 가치 차이를 메워주는 것이 이자다. 1년 뒤 쌀 한 가마니에 쌀 한 말을 더해서 갚게 한다면 지금 쌀을 빌려줄 유인이 생긴다. 이자는 가진 자의 탐욕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인간 사회의 자연발생적 산물이다.금리가 결정되는 원리이제 쌀을 돈으로 바꿔 생각해 보자. 이 세상 누군가는 충분히 쓰고도 남을 만큼의 돈이 있다. 혹은 현재 쓸 돈을 아껴 미래에 쓰기 위해 저축한다. 다른 누군가는 당장의 소비나 투자를 위해 미래의 돈을 앞당겨 쓰려고 한다. 이들이 만나는 시장을 경제학에서는 대부자금시장이라고 한다. 이 시장의 가격이 금리다. 다른 시장 가격과 마찬가지로 금리는 대부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돈을 빌리려는 수요와 빌려주려는 공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을 대부자금설이라고 한다.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중시하는 고전학파의 금리 결정 이론이다.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조금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케인스는 화폐의 수요와 공급이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예를 들어 물가가 오르면 더 많은 돈을 갖고 다녀야 물건값을 치를 수 있으니 화폐 수요가 증가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에 저축했을 때 받는 이자가 늘어나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증가하므로 화폐 수요는 감소한다.케인스는 화폐 수요는 물가와 금리,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화폐 공급은 중앙은행 정책에 의해 일정하다고 봤다. 이렇게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을 유동성 선호설이라고 한다.대출금리 인하의 부작용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기업들은 금리보다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을 때 돈을 빌려 투자한다. 즉, 금리는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더 많은 돈이 흘러가도록 해 국가 전체적으로 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게 한다. 금리를 억지로 내린다면 돈이 안 되는 일에 더 많은 돈이 흘러가게 된다.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낮추면 높은 금리에라도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이 금융시장에서 배제된다.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라고 하는 데도 함정이 있다. 저신용층 대출이 많은 은행일수록 예대금리차가 큰 경향이 있다. 일률적으로 예대금리차를 줄이라고 하면 은행은 금리가 높은 저신용층 대출부터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은행의 팔을 비틀어 얻고자 하는 것과 정반대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탐욕의 거품’ 꺼지는 순간 위기 찾아온다
커버스토리

‘탐욕의 거품’ 꺼지는 순간 위기 찾아온다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는 인간의 탐욕과 투기 광풍이 거품을 만들고, 이것이 꺼지면서 발생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17세기 튤립 버블부터 1929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까지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인간의 탐욕뿐 아니라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금융감독 실패가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2011.09.28

기술발전이 초래할 마찰적 기술실업과 구조적 기술실업
4차 산업혁명 이야기

기술발전이 초래할 마찰적 기술실업과 구조적 기술실업

기술 발전은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는 마찰적 기술실업을 야기하며, 장기적으로는 기계가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구조적 기술실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 현재 기술 진화 속도가 교육을 통한 인간의 적응 속도를 압도하면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실업률이 15~20% 이상으로 높아지면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미리부터 대비해야 한다.

2020.05.14

"정부를 통해 평등을 달성하려 말라…선택할 자유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Book & Movie

"정부를 통해 평등을 달성하려 말라…선택할 자유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정부개입주의가 경제 위기를 초래했으며, 개인의 선택 자유와 경제적 자유가 시장 발전과 혁신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은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 정부 권력을 강화하면 오히려 자유가 파괴되므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라고 강조한다.

2015.03.26

정부는 어떻게 경기를 조절하나?
커버스토리

정부는 어떻게 경기를 조절하나?

정부는 경기변동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두 가지 수단을 사용한다. 재정정책은 불경기 때 정부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인하하여 총수요를 증가시키고, 호경기 때는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하여 수요를 억제한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조정이나 통화량 조절을 통해 이자율을 변동시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조절함으로써 경제를 안정화시킨다.

2010.09.01

재정지출의 역설…"돈 푸는게 능사 아니다"
커버스토리

재정지출의 역설…"돈 푸는게 능사 아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이 경제 회복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공급주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는 정부 재정지출이 민간 자금을 압박하고 비효율적 부문에 투입되면서 오히려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며,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경제 활성화가 진정한 경기 부양책이라고 주장한다.

2012.08.16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