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귀착 큰 법인세…세율 올리면 서민 부담 커져
경제야 놀자

조세귀착 큰 법인세…세율 올리면 서민 부담 커져

유승호 기자2025.08.14읽기 5원문 보기
#조세귀착#법인세#법인세율#래퍼곡선#세수#기업 실적#배당#임금

법인세 인상분, 배당·제품가격·임금 통해

주주·소비자·근로자에게 부담 전가

과도한 세율은 세수 줄이고 경기 위축

단순세율보다 중요한건 정책 일관성

정권마다 바뀌는 세율…불확실성 키워

법인세가 또 논란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재 24%다. 문재인 정부 때 22%에서 25%로 올린 것을 윤석열 정부에서 1%포인트 낮췄다. 그것을 다시 25%로 올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법인세율을 낮춰봤자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고, 세금 수입만 줄었다는 것이 이유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세금을 깎아 주면 기업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고 소비도 투자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경제 원리와 맞지 않는다. 실제 현실과도 다르다. 법인세 인상은 서민 증세법인세는 누가 내는 세금인지부터 따져보자. 가상의 아이스크림 시장이 있다. 아이스크림의 시장 균형 가격은 1500원이라고 하자. 정부가 공공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기업에 개당 500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세금이 부과된 만큼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었다. 따라서 아이스크림 공급이 감소한다. 공급이 줄었으니 가격은 오른다. 다만 세금 500원을 모두 판매가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하면 수요가 확 줄어 아이스크림 기업이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세금 부과 후 아이스크림 가격은 1800원이 됐다.세금 부과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 부담은 300원 늘었고, 아이스크림 기업이 가져가는 돈은 200원 줄었다. 결국 소비자가 300원, 기업이 200원의 세금을 부담했다. 정부는 분명 기업에 세금을 부과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가 세금 500원 중 300원을 부담했다. 이렇게 세금 부담이 여러 경제주체에 분배되는 현상을 조세 귀착이라고 한다. 법인세는 조세 귀착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세금이다. 법인세 부담은 배당 감소, 급여 인하, 가격 인상을 통해 주주, 근로자, 소비자에게 돌아간다.영국 옥스퍼드대 기업조세센터가 2012년 발표한 ‘법인세가 임금에 미치는 귀착 효과’ 논문에 따르면 법인세의 50~75%를 근로자가 부담했다. 2018년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높은 법인세가 임금을 줄이는가’ 논문에선 독일 지방정부의 법인세 인상이 해당 지역 근로자 임금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율과 세수의 관계법인세율을 올리면 법인세 수입이 늘어날까. 그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세율 인상이 세수 증가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과세 대상이 고정돼 있을 경우에만 유효하다. 기업 이익이 고정불변이라면 법인세율 인상은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기업 이익은 고정돼 있지 않다.법인세 수입은 세율보다는 기업 실적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 몇 년간 법인세 수입이 감소한 것은 세율 인하보다는 기업 실적이 악화한 탓이 크다. 작년 3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법인세를 각각 0원으로 신고했다. 전년도 반도체산업 불황 여파로 삼성전자가 11조5300억원, SK하이닉스가 4조6700억원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일정 범위에서는 세율이 높아지는 데 따라 세수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경제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해져 세수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세율이 100%라면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아 세금 수입은 0이 될지도 모른다. 세율과 세수의 이 같은 관계를 나타낸 것이 미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가 창안한 래퍼곡선이다. 래퍼는 역 U자 형태의 그래프를 통해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세수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낮춰 부자 된 아일랜드법인세율을 내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세수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일랜드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만7000달러로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아일랜드는 2003년 법인세율을 다른 유럽 국가의 절반 수준인 12.5%로 낮추고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였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화이자, 바이엘 등이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 기업들이 낸 법인세 수입 덕분에 아일랜드 정부는 작년까지 3년 연속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단순 세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다. 초저출생과 초고령화, 이중 삼중의 규제와 극단적 노사 대립으로 한국은 그러잖아도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법인세율마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한다면 투자에 선뜻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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