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경제학
임진년 새해를 불과 10분 앞둔 지난해 12월31일 밤 이른바 ‘한국형 버핏세’(고소득자 증세안)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간 소득 3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법이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한국형 버핏세의 신설로 이명박 정부의 세금정책은 감세에서 증세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세금을 줄여서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저성장과 물가상승으로 중산층의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소득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의 감세 정책은 이른바 표퓰리즘에 밀려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은 부자정당 이미지를 씻겠다며 증세로 세금 정책 방향을 틀었다. 감세를 향해 떠났던 배가 선장은 그대로인데 반대쪽으로 뱃머리를 돌린 셈이다.
#세금에 달린 국가운영철학
새로 마련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연간 소득금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최상위 소득자들은 매년 77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 전망이다. 소득세는 말 그대로 근로소득 양도소득 등 각종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소득 금액에 따라 세율이 누진적으로 적용된다. 즉 소득 1200만원 이하는 6%, 1200만~4600만원은 15%, 4600만~8800만원은 24%, 8800만~3억원은 33%, 3억원 초과는 35%의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1억원의 소득을 얻는 회사원은 ‘1200만원×6%+3400만원×15%+4200만원×24%+1200만원×33%’ 즉 1986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러한 계산 방식에 따라 4억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의 경우 종전에는 1억1886만원의 세금을 내면 됐으나 앞으로는 3억원 초과분에 35%의 세율을 적용해야 하므로 1억2086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연간 소득 3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을 얻는 사람은 지난해 말 현재 6만3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3억원 초과분에 3%포인트 인상된 세율을 적용하면 매년 7700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징수될 것이라고 국세청은 밝히고 있다.
#감세론 vs 증세론
적절한 세율이 얼마인지를 놓고 정치학자 경제학자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대체로 세금을 적게 걷어야 한다는 감세론은 시장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작은 정부를 강조한다. 이에 반해 증세론은 많은 세금을 거둬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면서 큰 정부를 지향한다. 감세론은 성장을, 증세론은 복지를 강조하는 셈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충에 힘써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우선 기업의 투자가 위축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많은 세금을 거두면 소득 창출 의욕과 근로 의욕을 꺾어 성장의 원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 오랫동안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세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현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동안 감세 정책을 펴왔다. 2009년에는 소득세율을 구간에 따라 1~2%, 법인세를 3% 인하했다. 세금을 줄이면 투자가 늘어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히려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감세론에 기초한 정책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법인세액은 2009년 35조원에서 세율이 낮아진 2010년 37조원으로 2조원 증가했다.
증세를 주장하는 쪽에선 저출산 문제, 소득 양극화 심화 등을 고려해 조세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한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재정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의 조세 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것도 증세론자들의 주요 논거다.
#“세금 없는 복지 없다”
증세론자와 감세론자 간의 논쟁 이전에 세금 징수의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국내총생산(GDP)의 최고 30%에 달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