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불러온 강달러…기축통화 지위 언제까지
경제야 놀자

트럼프가 불러온 강달러…기축통화 지위 언제까지

유승호 기자2024.11.21읽기 5원문 보기
#기축통화#강달러#위안화#트리핀 딜레마#브레턴우즈 체제#경상수지 적자#페트로 달러#금 태환 포기

달러 패권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

기축통화국 대규모 무역적자 불가피

中, 수출의존도 높아 감당 쉽지 않아

세계 외환거래 위안화 비중 3% 안돼

"美, 디폴트 없는 한 달러 위험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오르는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자국 우선주의가 달러 강세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면서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무역에서 자국통화인 위안화 사용 비중을 높이면서 달러를 위협하고 있다. 달러는 과연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인가. 위안화는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 빚을 져도 달러 빚을 진다

기축통화란 국가 간 무역 거래와 금융결제에서 기본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기축통화국은 여러 이점을 지닌다. 외환위기에 대한 걱정 없이 필요에 따라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고, 다른 나라에 대한 금융 제재를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미국 달러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기축통화로 부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세계 총생산의 50%를 차지하는 압도적 최강대국이자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이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미국이 금 온스당 35달러로 교환 비율을 정하고, 다른 나라들은 자국 통화의 환율을 달러에 고정하기로 했다. 이를 ‘브레턴우즈 체제’라고 한다.미국이 1960년대 베트남전을 치르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각국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미국의 금 보유량은 급격히 줄었다. 이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1971년 금 태환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브레턴우즈 체제는 무너졌지만, 그 후로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유지했다. 국제 결제의 45%가 달러로 이뤄진다. 세계 외화보유액의 약 60%가 달러다. 외화 표시 부채도 60% 이상이 달러다. 저축을 해도 달러로 하고, 빚을 내도 달러 빚을 낸다는 얘기다. 불안한 미국, 흔들리는 달러많은 사람이 오래전부터 달러의 몰락을 예견했다. 벨기에 출신 예일대 교수이던 로버트 트리핀은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려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한데, 그로 인해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다. 트리핀은 이 딜레마로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찰스 킨들버거, 배리 아이컨그린도 달러 기축통화 시대의 종말을 예언했다. 그들의 예언은 현재까지는 빗나가고 있다.중국의 부상과 함께 달러 몰락론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서 25% 이하로 떨어지는 사이 중국 비중은 18%까지 높아졌다. 미국의 70% 수준이다. 중국의 무역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이 공언하는 대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석유를 위안화로 결제한다면 달러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 정치 분열 등 미국 내부 요인도 달러의 위상을 흔드는 잠재적 위협으로 꼽힌다. 감당 어려운 위안화 기축통화미국의 국력이 과거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보기엔 섣부른 면이 있다.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아직은 초라하기 때문이다. 세계 외화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가 채 안 된다. 세계 외환거래액에서 위안화 비중은 3~4% 수준이다. 달러는 90% 가까이 된다.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거래가 쉽고, 거래량이 많아야 한다. 또 해당 국가의 금융정책이 투명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위안화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트리핀 딜레마는 중국에도 적용된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중국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이 페트로 달러를 쉽게 깨뜨릴지도 의문이다.역사상 기축통화는 항상 최강대국의 통화였다. 결국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이 될 수 있어야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위안화는 국가의 엄격한 자본 통제 아래 관리되지만 미국 금융시장은 개방돼 있고, 미국 법체계는 달러 보유자를 잘 보호한다”며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는 한 달러에 대한 실질적 위험은 없다”고 진단했다.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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