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글을 찾아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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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글을 찾아서 ②

홍성호 기자2008.07.09읽기 4원문 보기
#법인세#감세 정책#수출 면세정책#미 하원 세출심의위원장#빌 토머스#기업 감세#세제 개혁

짧은 문장을 '大>中>小'로 푼다

구한말 3대 문장가 중의 한 명인 이건창은 '좋은 글'의 요건으로 '소리가 울려 아름다운 리듬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것은 글을 읽을 때 자연스러운 울림과 함께 리듬을 타는 듯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 글은 그 '울림'과 '리듬'에서 실패해 난삽한 문장이 됐다.

미 하원 세출심의위원장 빌 토머스는 문제가 돼 온 수출 면세정책을 대다수 기업들의 법인세를 32%까지 낮추는 것을 포함하는 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하면서 추가적인 감세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을 번역한 기사문의 일부다. 여러 가지 정보가 한 문장 안에 뭉뚱그려 담겨 있어 읽기에 숨찬 구조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문장의 골격은 '토머스(주체)가 추가적인 감세를 주장했다(서술부)'는 것이다.

그 사이에 '수출 면세정책이 그동안 문제시돼 왔다는 것',이를 '기업 감세정책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 '감세 정책에는 법인세를 32%까지 낮추는 내용이 포함된다는 것',또 그런 것들을 '토머스가 제안했다'는 것 등의 부가 정보가 들어 있다. 처음에 주체가 나오고 그 뒤로 부가적인 정보들이 나열된 뒤 마지막에 가서야 그런 내용들을 토머스가 '주장'했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국어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주어-목적어-서술어 순으로 돼 있다. 여기에 추가적인 정보를 넣기 위해선 관형어와 부사어를 사용해 뼈대가 되는 각 성분들 앞에 나열하는 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도치법을 사용하든가,정보(팩트) 하나를 한 문장으로 해 여러 문장으로 끊어 써야 한다. '편안한 글'의 요체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고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부가 정보들을 잔뜩 넣어 한 문장으로 만들다 보면 당연히 문장 전체가 늘어지고 뜻도 모호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비해 다음 영어 원문을 보자.

House Ways and Means Committee Chairman Bill Thomas added his powerful voice to the latest call for more tax cuts,proposing to replace a problematic export credit with a number of cuts for businesses,including a reduction of the corporate income tax to 32% for most companies.똑같이 한 문장으로 돼 있지만 이 문장은 리듬을 타고 있다. '미 하원 세출심의위원장 빌 토머스'까지는 같다. 그 다음에 오는,진술의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문장을 직역해 보면,

토머스가 (무엇을) 강하게 주장했는데,그것은 추가적인 감세 정책이다. 그 주장은 (무언가를) 제안하면서 했는데,그것은 그동안 문제돼 온 수출 면세정책을 기업 감세정책으로 대체한다는 거다. 그런데 그 정책에는 법인세를 32%까지 낮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메시지의 내용을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구조다. 주(主)를 먼저 보여주고 이어 부가적 정보를 크기에 따라 나열하는 방식이다. 문장이 길지만 의미를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도형으로 치면 역삼각형꼴이다. 또 국어문에 비해 쉼표의 사용이 눈에 띈다. 이는 문장 구조가 의미적으로 '대(大)>중(中)>소(小)' 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국어의 구조는 반대로 돼 있다. 즉 '소<중<대' 식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문장을 끝까지 읽어야 비로소 의미 파악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국어 문장에서 여러 개의 정보를 한 문장에 담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문장을 여러 개로 나누는 수밖에 없다.

미 하원 세출심의위원장 빌 토머스는 추가적인 감세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문제가 돼 온 수출 면세정책을 기업 감세정책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그 제안에는 대다수 기업의 법인세를 32%까지 낮추는 방안이 포함된다.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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