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좀먹는 군더더기 '~바 있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말 좀먹는 군더더기 '~바 있다'

생글생글2023.10.19읽기 5원문 보기
#기준금리 인상#긴축 기조#금융시장#코로나19#명동 땅값

'~한 바 있다'는 '~한 적 있다'가 좀더 친근하고, 이를 다시 '~했다'고 하면 더 좋다. 이 용법은 문장을 '힘있게' 쓰기 위한 여러 방법론 중 하나다.

Getty Images Bank1926년, 일제의 억압에 신음하던 우리 민족은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를 중심으로 ‘가갸날’(한글날의 초기 명칭)을 제정했다. 우리말을 지켜내고 민족정신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우리 조선 문자는 세종대왕 훈민정음 서(序)에도 있는 바와 같이 ‘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사인인이습 편어일용이: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따름이니라)’라는 한 구절이 우리가 자부하는 바와 같이 명실이 상부하게 세계 문자 중 탁월한 바이 있다.” 조선일보는 이듬해 두 번째 가갸날을 맞아 10월 25일 자에 ‘가갸날을 기념하여’란 제목의 기획 기사를 실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예문에 잇따라 세 번 나오는 ‘~ㄴ 바’의 쓰임새다. 이 말은 우리말에서 어떻게 군더더기 신세가 됐을까. 문장 늘어지고 글 흐름 어색해져‘~ㄴ 바’는 순우리말이다. 예문에서도 확인되듯이 예전엔 지금보다 훨씬 자주 쓰였다. 특히 20세기 초 우리말 문장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던 때, 예사롭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리 활발한 쓰임새를 보이는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일상의 말이 아닌, 입말보다 글말에서 주로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비슷하게 쓰이는 ‘것’에 밀려 글말에서도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 그런 만큼 역설적으로 이 말의 남용은 글의 흐름을 더 어색하게 만든다.‘~ㄴ 바’는 앞에서 말한 내용 자체나 일 따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해라.” “나라의 발전에 공헌하는 바가 크다.” “내가 알던 바와는 다르다.” 이런 쓰임새는 비교적 자연스럽다. 다음 문장에선 좀 다르다. “그는 세계대회에 여러 차례 출전한 바 있다.” “000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는 그는~.” 이런 데 쓰인 ‘~바 있다’는 어색하다. 곧바로 ‘~여러 차례 출전했다’ ‘~국무총리를 지낸’이라고 하고 싶다. 그런 차이는 어디서 왜 생기는 것일까?이 용법은 주로 ‘~ㄴ 바 있다/ 없다’ 형태로 쓰일 때 문제가 된다. 이때 ‘~ㄴ’은 앞말을 관형어로 만들면서 의미상 사건이나 행위가 과거에 일어났음을 나타낸다. 통상적으로 ‘~ㄴ 바 있다/ 없다’는 ‘~ㄴ 적 있다/ 없다’와 같은 말이다. 이때의 ‘적’ 역시 그 동작이 지나간 어떤 때를 나타낸다. 경력 등 과거 사실·경험을 회상하는 말투다. 그래서 ‘출전한 바 있다’는 곧 ‘출전한 적 있다’와 같은 말이다. 이는 ‘출전했다’로 써도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한 적 있다’보다 ‘~했다’가 힘 있는 표현하지만 글의 흐름과 뉘앙스는 서로 다르다. ‘출전한 바 있다’는 ‘출전했다’보다 예스럽게 느껴진다. 좀 더 공식적이고 의례적 말투라 문어체에 해당한다. 반대로 ‘~바 있다’ 대신 ‘~했다’를 쓰면 글의 흐름이 더 빠르고 깔끔해진다. ‘~바 있다’가 군더더기가 된 까닭은 세월이 흐르면서 말의 쓰임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바 있다’는 ‘~한 적 있다’가 좀 더 친근하고, 이를 다시 ‘~했다’라고 하면 더욱 좋다. 이 용법은 문장을 ‘힘 있게’ 쓰기 위한 여러 방법론 중 하나다.잘못된 글쓰기 연습 탓인지, 군더더기성 ‘~바 있다’가 의외로 눈에 자주 띈다. 실전 응용을 통해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 쓰기를 연습해보자.“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명동 일대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난해에는 2009년 이후 13년 만에 땅값이 떨어진 바 있다.” 이제 이 문장의 서술 부분 ‘떨어진 바 있다’가 왜 어색한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보다는 ‘떨어진 적이 있다’가 좀 더 낫고, 이를 ‘떨어졌다’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힘 있는 표현이다.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특히 올해 전 세계가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을 덮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한국은행도 이 같은 기조에 맞춰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9차례 인상해 연 3.2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이 문장에서 왜 굳이 서술어를 ‘끌어올린 바 있다’라고 했을까? 이를 곧바로 ‘끌어올렸다’라고 쓸 수 있다면, 우리는 글쓰기에서 서술부의 군더더기 하나를 공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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