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재건축 규제 완화해야 하나
시사이슈 찬반토론

주택 재건축 규제 완화해야 하나

서욱진 기자2025.05.08읽기 6원문 보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부담금#주택 공급#부동산 투기#용적률#건폐율#관리처분인가#재산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정부가 과거 추진해온 재건축부담금, 즉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나 재건축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특별법 도입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부담금을 부과받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머지않아 지자체로부터 부담금 납부를 통보받게 되면 납부가 현실이 될 수 있어서다. 이미 부담금 통보를 받은 일부 단지는 납부 거부와 소송에 나서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건축 규제 방법과 관련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우선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재건축을 쉽게 하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재건축 규제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찬성]1분기 수도권 아파트 공급 70% 급감, 초과이익 환수 '과도'…규제 풀어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서도 1인당 평균 3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주택 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성을 위해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가져가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이 제도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2006년 법제화된 후 2008년부터 적용해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이 제도의 시행을 일시 중단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적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다시 부활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며 폐지를 추진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조합원들의 부담을 키운다. 서울 용산구의 한 단지에서는 일부 조합원이 약 8600여만원의 재건축부담금을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재건축을 마친 이 단지는 재건축부담금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용산구청은 조합원 31명에게 16억6000만원의 부담금을 내게 했는데, 일부는 납부를 못 하고 있다. 집값은 올랐을 수 있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건축부담금은 사업의 수익성도 크게 낮춘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하거나 아예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올 1분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분양은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외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서울에서는 아파트를 건립할 땅을 더 이상 찾기 힘들다.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으로 분양가 인하 방안을 제시한 것도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재건축·재개발 등 아파트를 건설할 때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여 사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재건축 이익은 부당하게 얻은 것이 아닌데 초과이익을 환수한다는 것 자체가 재산권을 침탈하는 과도한 규제다. 이런 측면에서 재건축부담금 완화나 폐지, 사업 기간 단축을 위한 특별법 도입 등이 필요하다. [반대] 섣불리 풀었다간 집값 급등 '위험'…강남 등 투기 막을 장치 필요 여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되는 단지는 지난해 기준 전국 총 68개 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원가량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부담금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부터 박근혜 정부까지인 2012~2017년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의 경우 특례 조치를 통해 면제됐다. 문재인 정부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가 준공되면서 본격적인 부과가 시작되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한 근본적 이유는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환수다. 1:1 재건축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재건축에서 초과이익이 발생한다. 헌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짓는 데다가 가구수도 기존 단지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새 아파트가 부족한 경우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재건축하면 상당한 초과이익이 남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파트 가격은 도로, 공원, 학교 등 주위 기반 시설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즉 사회 기반 시설이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적잖은 셈이다. 따라서 초과이익 중 일정 부분은 정부가 환수해 공익을 위해 쓰는 게 타당하다. 재건축으로 인해 가구수가 증가하면 그만큼 인구가 늘고, 쓰레기처리 등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비용의 충당을 위해서라도 초과이익 환수는 불가피하다. 집값 안정 측면에서도 재건축부담금은 필요하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사라지면 투기 자금이 재건축 등 부동산시장에 대거 유입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집값이 급등해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업 기간 단축 등 재건축을 활성화할 법안 추진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강남 등 인기 지역의 부동산은 규제가 풀리면 즉시 반응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동 거래 허가를 해제했다가 집값이 들썩이자 한 달여 만에 다시 규제를 강화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생각하기 - 시장 상황 고려해 점진적 완화 후 폐지 검토를

서욱진 논설위원재건축부담금은 ‘미실현이익’을 환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헌 집이 새집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이 집을 팔지 않는 한 차익을 얻을 수 없다. 그런데도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환수금을 내라고 하니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 등 다른 부동산 세금을 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과세 성격도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는 재건축이 아니면 공급을 늘릴 방법이 없다. 재건축 규제를 풀지 않으면 공급 부족에 따른 부동산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를 완화하면 즉각 반응하는 게 부동산 시세다. 강남, 용산 등 인기 지역의 가격은 순식간에 치솟을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는 효과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재건축부담금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폐지 수순으로 가더라도, 현실적인 부동산 상황을 보고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시장 반응을 고려하지 않으면 각종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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