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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마음대로 특별사면해도 되나요?

2008.01.01

대통령이 마음대로 특별사면해도 되나요?

김경식 기자2008.01.01읽기 7원문 보기
#특별사면#대통령 권한#법치주의#사법부 권위#정경유착#부패근절#삼권분립#국민화합

찬 "국민화합위해…사회공헌 기회 다시 줘야"반 "시간만 지나면 사면…도덕불감증만 유발"지난해 말 단행된 정치인과 경제인 등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국민화합을 위한 조치"라며 특별사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한나라당 측은 "노무현 대통령 측근을 구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파괴한 사면"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국민통합의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으로 인해 사법부의 권위를 손상시킨 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재계에서는 "기대한 만큼 많은 경제인들이 사면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인가 하면,대부분 사회단체에서는 "이번 조치가 정경유착 단절과 부패근절이라는 현정부의 정책방향에 어긋나며 국민통합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사면법 개정 사유에서도 잘 지적돼 있듯이,사면권은 국가원수로서의 통치권 행사이긴 하지만 국가 사법적용에 대한 예외적 조처이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행사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빈번하면서도 최대 규모로 사면권을 행사해 온 참여정부가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또다시 사면을 감행한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 찬성 측,"특별사면은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을 위한 조치"청와대는 이번 특별사면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일 뿐만 아니라 전임 대통령들도 임기 말 특별사면을 단행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 대화합'이나 '경제 살리기' 등을 위해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과 기업인들에 대해 사면·복권을 시켜달라는 정치권과 경제계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요구를 명분으로 사면을 요청하는 여론이 형성됐다가도 막상 사면을 단행하면 비난이 쏟아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신당 쪽에서는 "특별사면은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을 위한 조치"라며 환영하고 있다.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나름대로 기여해오신 분들이며 이 분들이 한때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회를 위해 다시 공헌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도 "21명의 경제인들이 사면돼 경제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면서도 "사면 대상자의 수가 적어 아쉬운 감이 있다"고 설명한다.

⊙ 반대 측,"정치권력 남용한 사면권은 법치주의 파괴 행위"이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사면은 원칙도 기준도 없는 이른바 '유권무죄''무권유죄'이며 '측근 구하기'"라고 지적한다. 정치 권력을 남용해 권력을 가진 자에게 은전을 베풀면서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일각에서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도 시간만 지나면 사면·복권이 되는 풍토는 부정부패와 도덕 불감증을 부추길 수 있다"며 "권력형 비리와 부패 사범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임기 초든,임기 말이든 관계없이 철저히 사면권이 제한돼야 한다"고 꼬집는다.

특히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으로 인해 사법부의 권위를 손상시킨 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사면·복권 시 국회 동의를 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사면권 남용 논란에 휩싸여온 노무현 정부가 임기를 불과 2개월 남겨놓은 시점에서까지 비리를 저지른 측근에 대해 '묻지마 사면'을 감행한 것은 사법정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 위주로 사면복권이 활용되는 것은 일반 국민의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규정된 절차와 엄정한 기준에 따라 특별사면 단행해야특별사면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정신에 어긋나는 특별사면권 행사는 국민화합을 깨뜨리는 요인임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정치인과 측근인사 구하기'를 위해 사면권이 남용될 경우 국민의 법 감정을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물론 노 대통령도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사면권 행사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모두 아홉 차례에 걸친 특별사면을 통해 불법을 저지른 측근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해왔다. 권력을 잡은 후 약속을 저버린 셈이다.

이번에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사면권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과연 임기 동안 이를 제대로 실천할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방지를 위해 개정된 사면법에 따라 앞으로는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법적 정의를 지키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다. 무엇보다도 규정된 절차와 엄정한 기준에 따라 특별사면을 단행함으로써 사면권 남용을 막아야 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용어풀이>◆사면권=국가 원수가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형사법규에 의하지 아니하고 형 선고 효과 또는 공소권을 소멸시키거나,형 집행을 면제시키는 것을 말한다. 군주국가시대 군주의 은전권(恩典權)에서 유래됐으며 사법권 독립에 대한 예외적 현상의 하나다.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의 두 종류가 있다. ◆일반사면(amnesty)=범죄의 종류를 지정하여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해 형 선고 효과를 전부 소멸시키거나 또는 형 선고를 받지 아니한 자에 대한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고,그 형식은 대통령령으로 하도록 돼있다. ◆특별사면(Begnadigung)=특정 범죄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조치로 줄여서 특사라고도 부른다.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한다. 형 집행을 면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경제신문 1월1일자 A1면노무현 대통령은 1월1일자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등 75명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을 단행했다. 이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는 경제인 21명,전 공직자 및 정치인 30명,공안사범 18명,무기징역으로 특별감형된 사형수 6명 등이다. 경제인 중에는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질병으로 형 집행정지 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정몽원 전 한라그룹 회장,대우그룹 계열사 전직 임원들이 포함됐다.

다만 김 전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18조원의 추징금은 그대로 내야 한다. 불법 도청을 방관·묵인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과 1999년 '옷로비'사건에 관련됐던 신승남 전 검찰총장도 특별사면됐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개인비리 등으로 사법처리된 노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특별복권됐다.

문혜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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