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1시,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로터리,서대문경찰서 유광호 경사가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한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6만원짜리 범칙금이 비싸니 3만원짜리로 바꿔 달라는 운전자와 그렇게는 안 된다는 유 경사 간의 말씨름이 이어진다.
한동안 다툰 끝에 결국 동료들 사이에 '독종'으로 불리는 유 경사가 범칙금 증서를 발부한다.
운전자가 떠나면서 한마디 쏘아붙였다.
"에이,재수 더럽게 걸렸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준법의식이 희박하다.
법을 어겨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재수없게 걸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발뺌을 하거나 경찰을 무시하는 투로 나오는 건 오히려 애교로 봐줄 만합니다.
가끔 욕설을 하는 일도 있지요." (유 경사)
교통 법규 지키기는 그나마 많이 나아진 편이다.
언론에서 정지선지키기 등 계몽 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단속을 병행한 결과 10년 전에 비하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위반사례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각종 시위 현장으로 눈을 돌리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 노동조합과 이익단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집단 행동을 하며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떼법, 대중의 정서에 호소하려는 국민정서법만 있을 뿐 '국민의 법'은 안중에 없다.
이들은 법이 잘못되었고 잘못된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제멋대로 해석한 다음 단속 경찰이나 공무원을 마치 '전쟁터의 적'처럼 대한다.
지난해 10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망향휴게소에서 화물연대 노조원 30명은 관리사무소에 들어가 1시간30분 동안 팩시밀리 등 집기를 부수고 직원들을 폭행했다.
현장 경찰 2명이 출동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들이 떠난 휴게소에는 떼법이 스치고 지나간 상흔만 어지럽게 남았다.
이처럼 집단행동하는 시위현장에서 시위대에 맞거나 돌에 맞아 실명하는 피해 경찰관들이 해마다 수십명씩 발생하고 있다.
떼법 수준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의 질서의식도 아직 고쳐야 할 점이 많다.
교실이나 음악 공연장에서 휴대폰 벨소리를 울리게 해 놓거나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휴대폰 통화를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친구들끼리 떠드는 학생도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외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귀국한 김성기씨(가명·42)는 "서양사람들은 아이들이 식당 등에서 떠들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사정없이 혼을 낸다"며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를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우리 사회를 보면 질서 의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초 질서 지키기는 신용사회의 기본이요,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