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집행유예 금지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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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집행유예 금지 옳을까요

cts01 기자2012.08.30읽기 6원문 보기
#경제민주화#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횡령·배임#집행유예#유전무죄#양형기준#3권분립#표적입법

찬 "국민 법감정에 반하는 유전무죄 안될 말"반 "형평성에 문제 있고 위헌 소지마저 있어"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경제민주화 법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빅 이슈 중 하나가 경제민주화인 만큼 이를 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전략에서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법안 중 제1호 법안으로 제출한 것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횡령 배임을 저지른 기업인에게 집행유예를 금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횡령·배임 규모가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7년 이상(현행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이면 10년 이상(현행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30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유기징역(신설)에 처하도록 했다. 새누리당이 이 같은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법관의 재량(최저 형량의 절반까지 가능)으로 형기를 아무리 줄여줘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다. 민주통합당 역시 횡령 배임에 대해 최저 형량을 7년으로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재벌총수들이 번번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던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서는 표적입법이며 지나치게 형량이 높다는 견해도 있다. 기업인 배임 횡령 집행유예 금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새누리당과 야당 일부 의원들은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실형을 받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유전무죄(有錢無罪)’로 국민 법감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횡령·배임을 막아야 투명경영이 이뤄지고 글로벌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편다. 그간 기업인의 횡령 배임죄에 대해 법원이 경제발전 공로 등을 감안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에도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어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배임과 횡령 등 경제범죄를 줄이자는 차원에서도 역시 필요한 입법조치라는 주장이다. 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현주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특가법상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된 149명 중 84%인 125명이 1심 또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이쯤되면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웬만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은 거의 다 풀려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수백 수천억원을 횡령한 기업인이 실형은커녕 집행유예와 사면으로 풀려나는 현실은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그간 사법부가 재벌 총수에 대해 온정적 재판을 해온 게 사실”이라며 최근 정치권의 입법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도 “과거 재벌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 법안이 반드시 현실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대횡령 배임에 대해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특가법 개정에 반대하는 측은 기업인을 겨냥한 표적입법으로 위헌소지마저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계층이나 직업인을 대상으로 한 가중처벌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양형 수준이 약했다면 이를 시정하면 될 일이지 총수에 대한 규정을 추가한다면 이는 법의 일반성이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판사가 지금까지 총수들에 대해 가벼운 형량을 내린 것은 이들이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재량권을 발휘한 것”이라면서 “횡령 배임액 기준 역시 자의적인 만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입법부가 양형기준을 정하는 것은 3권분립의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배임은 횡령과 달리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으며 배임을 민사가 아닌 형사사건으로 다루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 교수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손해액 5억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되는 특가법상 배임사건과 손해액 5억원 미만인 형법상 배임사건, 그리고 전체 형사사건을 대상으로 1심에서 무죄선고율을 비교해봤더니 2008년의 경우 특가법상 배임의 무죄선고율은 19.4%로 형사 일반 무죄선고율 1.5%의 13배나 된다고 밝혔다. 횡령 배임을 살인죄보다도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살인죄의 법정 최저형이 5년이고 평균 선고 형량은 8~10년인 데다 경우에 따라 집행유예도 가능한데 이보다 더 심하게 벌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논리다. 생각하기과거 횡령이나 배임으로 재판을 받은 소위 재벌총수 중 집행유예로 풀려난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상당수 총수들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3·5제’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과거 이런 문제가 없지 않았고 그래서 소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나왔다. 문제는 이런 관행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법에서 특정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여 결과적으로 기업인들의 일정한 범법행위에 대해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방식은 얼핏 타당해 보이지만 위헌 여부, 그리고 타 범죄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법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 배임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집행유예 관행을 깬 것이다. 이는 별도의 입법조치 없이도 사법부 자체의 양형기준만으로도 과거 관행과는 다른 판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 사법부의 태도를 지켜봐야겠지만 재벌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꼭 입법 미비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유전무죄 관행에 대한 국민들의 법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다소 무리한 법 개정보다는 사법부의 변화를 좀 더 지켜보는 것도 꼭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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