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위기 진앙지 '그리스' 가보니...
그리스 정부는 재정 적자 때문에 지난해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자라 지난달 21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586억유로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가 부도 위기에 빠졌음에도 그리스 국민들에게서 절박함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 구제금융 받는 날에도 파업
그리스가 추가 구제금융을 받은 날 그리스 택시기사 노조는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노동조합의 힘이 막강한 그리스는 직종에 따라 노조가 해당 직군 종사자 수를 제한하는 데 택시기사도 이런 업종 중 하나다.
정부가 실업률 해소의 방안으로 업종 진입장벽을 없애기로 하자 택시기사들이 파업 및 폭력시위를 벌였고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택시가 없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 했다.
크레타섬과 코르푸섬 등에서는 택시기사들이 공항과 항만의 진입로를 막았다.
서울 명동에 해당하는 그리스 아테네 에르무 거리에서 만난 진가노 루가스 씨(54)에게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원래 여름 휴가로 28일을 쉬었는데 올해는 14일 밖에 못 쉴거 같다"고 답했다. 루가스는 다른 그리스인들처럼 빨리 퇴직하고 연금으로 여행을 다니고 싶지만 정년 퇴직을 하려면 아직 4~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국가 경제가 어려우니 휴가를 덜 가도 되지 않느냐고 하자 "그런건 독일식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인들은 그리스에서 한 달 휴가를 보내기 위해 11개월을 일한다"며 "우리는 그리스에서 살고 있으니 12개월을 휴가처럼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IMF로부터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IMF는 구제금융 제공 대가로 한국 기업들과 은행들에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한국인들은 이를 수용했다.
한국인들은 금모으기 운동까지 벌이며 IMF 체제 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은 한국보다 훨씬 많은 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구조조정 등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지나친 복지가 재정위기 불러
그리스인들은 퇴직을 하면 자신이 받았던 가장 높은 연봉의 95%를 연금으로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9%다.
근로자는 연금의 16%만을 부담하고 고용주가 28%,정부가 56%를 각각 담당한다.
그리스 전체 인구의 23%인 260만명이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연금 지불에 사용하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