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진핑 국가 주석 임기 동안 시장경제에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농민들에게 토지 매각 시 이익을 좀 더 많이 배분하는 내용의 토지개혁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공산당은 12일 향후 10년간의 경제·사회 정책 방향을 정하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끝낸 뒤 발표한 ‘몇 가지 중대한 문제의 전면적 개혁 심화에 관한 중국 공산당 중앙의 결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이 공개한 3중전회 발표문에 따르면 “시장이 효율적 자원 배분에서 ‘결정적’ 작용을 하도록 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잘 발휘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국유기업 개혁, 정부의 시장개입 축소 등 민간 경제 활성화 기조를 강화해 자유시장에 더 큰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국유기업 비중을 줄이고 민간 자본 참여를 늘리는 방안과 농민들의 도시 유입을 유도하는 ‘도시화’ 정책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국가들의 안보기구를 모델로 한 국가안전위원회도 만들기로 했다. 최근 불거진 도청 등 안보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일본의 집단 자위권 추진 등 공세 강화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경제 체제 강화
3중전회에서는 포괄적인 선언문만 발표됐다. 하지만 그간 중국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과 연관시켜 앞으로의 개혁 방안을 유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제체제 개혁의 핵심 문제는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잘 설정하는 것’ ‘공유제(사회주의) 경제와 비공유제(자본주의) 경제는 모두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대목에서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회주의 중심 경제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지나친 시장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개혁 방안에도 ‘국유기업의 현대기업제도 도입 추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원배분에 시장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하겠다’는 문구는 시장경제의 핵심인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개혁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대부분의 소비재가 시장 논리에 따라 배분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금융 분야의 경우 국유 대형 은행들의 예금금리 제한 등으로 금융자원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 상황이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여러 차례 강조한 대목이기도 하다.
‘토지개혁을 추진해 농민들에게 더 많은 재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은 도시화를 촉진하고 도농(都農) 격차에 불만을 품은 농민들을 달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농민들의 토지를 싸게 매입해 비싼 값에 부동산 업체들에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중국 농민 소요의 주된 원인이었다.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개혁
이번 3중전회에서는 시 주석 등 지도자들이 참가하는 일종의 태스크포스인 ‘전면심화개혁을 위한 영도소조’의 구성이 명시됐다. 앞으로도 폭넓은 개혁안이 나올 것이라는 신호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리자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개혁을 정치와 환경을 포함한 사회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3중전회 발표 내용이 구체적인 개혁으로 현실화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 3중전회 기간에 리커창 총리 등을 중심으로 현 지도부가 제시한 적극적인 개혁안에 기존 지도부와 가까운 보수파 중앙위원들이 반발하며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일부 서구 언론도 소식통을 인용해 “나흘간의 회의 동안 주로 경제 이슈만 논의됐다”며 “민감한 정치개혁 이슈는 반대파의 반발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발표 전날 중국의 경제 및 사회개혁 가속화에 발맞춰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하향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11일 올해 7.5%인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내년에 7%로 정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 국영 금융사에서 성장률 하향 전망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중전회를 통해 나온 경제·사회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저하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