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아래 박스 설명 참조)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몰라 세계가 전전긍긍해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작은 폭탄들이 터지고 있는 중이다. 사태가 악화되면 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줄일게 뻔하고 이는 금융시장의 돈줄을 마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크게 불어난 돈으로 흥청망청하던 세계 금융시장에 '신용경색'(credit crunch)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증권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주식에 투자한 우리 부모님들도 가슴을 졸이고 계실지 모른다!) 뉴욕 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는 지난 7월 말 한 차례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8월 들어서도 약세장을 지속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권인 호주의 헤지펀드까지 서브프라임 부실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론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국 국채 가격은 지난 5월 이후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안전 자산이란 주식 등 가격 변동이 심한 위험자산의 반대말로 미국 국채나 은행예금처럼 안전한 자산을 말한다. 금융시장에서는 가격변동 자체를 위험이라고 말한다.우리가 보통 말하는 위험과는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어려운 이야기지만 이 기사만 잘 읽어두어도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다. 끝까지 꼼꼼히 읽어보자.)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 조짐 올해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터졌을 때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가에서는 3단계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 1단계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취급회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신용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에게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었던 금융회사들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문을 닫았다.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줄 때는 집 값보다는 언제나 적게 빌려주게 되는데 최근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보았자 은행에서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단계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된 채권에 투자한 펀드나 기관들이 입는 손실이다. 주택대출을 많이 하는 금융회사들은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주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하는데 이제는 은행에 돈을 빌려준 다른 금융회사들이 2차로 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도미노가 넘어지듯이 연쇄적인 부도 사태가 나는 것이다.
특히 헤지펀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베어스턴스라는 금융회사가 운용해온 헤지펀드 가운데 주택부실과 관련해 이미 2개 펀드가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호주 맥쿼리은행도 운용 중인 펀드 '맥쿼리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순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도 IKB와 코메르츠방크 같은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가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공개했다.
대형 투자은행들이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신용경색을 부채질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9일자에서 "투자은행들이 일부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대출금에 대한 상환 기준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로 돈줄을 줄이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인 3단계 시나리오는 부분적인 신용경색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다.이미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가 120억달러의 채권 발행을 연기하는 등 상당수 기업과 사모펀드들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신용도가 좋은 우량 채권조차 발행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금 안전자산으로 이동 조짐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이 불신의 온상이 되면서 글로벌 자금은 자연스럽게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미 국채로 돈이 몰리면서 지난 주말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미국채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당장 외부자금을 조달해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해온 사모펀드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M&A에 제동이 걸리고 증시의 상승 동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물론 아직은 전망이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서브프라임발 악재는 이미 노출된 것이라며 시간이 좀 지나면 비우량채권과 우량채권에 대한 투자태도가 양극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을 초래한 주택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파문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용도가 좋은 프라임 모기지(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도 심화되고 있어 채권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점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