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역설…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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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의 역설…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

현승윤 기자2007.05.01읽기 6원문 보기
#주택 시장#수요와 공급#레버리지 효과#시그널링 효과#금융 부실#자산 빈부 격차#주택 공급#소비재

'집값은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이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를 때에는 "너무 오른다"고 아우성 치고, 요즘처럼 떨어질 때에는 "큰일났다"며 또다시 아우성 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물건 값이 오르내리는 것은 다반사인데, 왜 하필 집값만은 너무 올라도 안 되고 너무 내려도 안 되는 것일까.◆ 주택의 독특한 특징경제학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통해 결정된다고 가르친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도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주택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들이 있다. 이 때문에 주택을 둘러싼 논란도 증폭된다. 첫째, 집은 '생산 기간이 몇 년에 걸쳐 이뤄지는 상품'이다.

예컨대 아파트를 지으려면 땅을 매입하고, 인·허가를 받고, 설계를 하고, 집을 지어야 한다. 집을 완성하는 데 통상 3~4년 이상 걸린다. 시장에서 집값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1~2년의 기간만을 놓고 보면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도 공급이 늘어나지 않고 계속 집값이 오르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시계(時界)가 짧은 사람에게는 시장 원리가 주택 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생산에 기간이 오래 걸리는 상품은 많다. 예를 들면 대형 선박도 건조에 수년씩 걸린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 시장도 결국 시장 원리에 의해 돌아간다.

두 번째 특징은 '교역이 불가능한 상품'이라는 사실이다. 고추나 마늘 파동이 생기면 예컨대 중국에서 수입하면 되지만 집은 가격이 급등한다고 해서 즉시 수입할 수가 없다. 가격 급등락의 충격을 분산시킬 수 없다. 공간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세 번째는 집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아 구입하는 값비싼 상품'이라는 것이다. 중산층이나 돈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집을 사는데, 집값의 일부분만 내고 나머지는 은행 등에서 빌려 집을 사기 때문에 '레버리지 효과(대출금을 지렛대로 삼아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것)'가 매우 크다.

집값의 50%를 대출금으로 조달한 경우 10% 가격이 오르면 이익은 20% 늘어나지만, 집값이 10% 떨어지면 손실이 20%나 발생한다. 때문에 거품이 발생할 경우 충격이 크다. ◆ 집값 급등락의 문제주택의 이 같은 특성들로 인해 집값의 급등락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집값이 급등하면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집값을 쳐다보며 근로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자산의 빈부 격차도 커진다. 하지만 단기간에 집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고, 수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집값을 단기간에 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는 공급이 실제로 늘어나기 전까지 주택 수요를 통제하려는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게 된다. 무거운 세금을 물리거나 대출을 억제하고,분양받을 자격을 규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오히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내보내는 효과(signalling effect)를 야기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역설도 생긴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투기 지역을 지정했는데, 정작 사람들은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받아들이는 식이다. 집값이 오르면 임대료가 따라 오르기 때문에 음식값이 뛰고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파급 효과가 크다는 말이다.

집값이 폭락하면 곧바로 금융 부실로 연결된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이 '깡통'을 차게 된다. 예컨대 자기 돈 1억원에다 은행 돈 1억원을 빌려 2억원짜리 집을 샀는데, 집값이 1억원으로 떨어질 경우 대출금을 갚으면 남는 돈이 전혀 없게 된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서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고, 이는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게 된다. ◆ 주택은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투자재우리가 돈을 내고 구입하는 상품은 사용 가치를 지닌 상품(소비재)이거나 투자 가치를 지닌 상품(투자재)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책상이나 노트, 자동차와 신발 등은 사용 가치가 있는 소비재이지만 구입한 직후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 반면 채권이나 주식, 저축통장 등은 아무런 사용 가치가 없지만 원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 된다. 주택은 어떤가.사용 가치(주거)와 투자 가치(집값 상승)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러한 주택의 독특한 성격으로 인해 정부의 주택 정책은 종종 혼돈에 빠지게 된다. 사용 가치, 즉 주거의 관점에서 보면 서민들이 구입하는 소형 주택은 값싸게 공급하고 부자들이 사는 대형의 고급 주택은 비싸게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정부는 전용면적 25.7평 이상의 아파트에만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채권입찰제를 시행하는 등 '서민 주택은 값싸게, 중·대형 주택은 비싸게'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재 측면에서 보면 이 같은 정책은 오히려 바람직스럽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서민 주택의 가격은 떨어지고,중·대형 고급 주택은 가격이 오르는' 자산 양극화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중·소형 아파트를 값싸게 많이 공급할수록 이미 시장에 공급된 중·소형 아파트 가격은 하락한다. 중·대형 고급 아파트 공급 가격을 비싸게 책정할수록 시장에 이미 나와 있는 중·대형 고급 아파트 가격은 올라간다.

소형 주택을 갖고 있는 서민은 가난해지고, 대형 고급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부자가 된다. 자산 양극화 현상은 '서민 주택을 값싸게, 고급 주택은 값비싸게' 공급하는 주택 정책의 역설적 부산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민들이 많이 갖고 있는 소형 주택의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형 주택 공급을 줄이면 서민의 주거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서민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말은 이처럼 모순일 수밖에 없다. 여러분이 정책 결정자라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이루는 것과 서민의 자산 가치를 보호하고 높이는 것 중에서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지.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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