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각각 0.25%p 인상하며 긴축 기조로 전환했습니다. 기준금리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소비와 투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중앙은행의 결정은 경제 전반의 큰 관심사가 됩니다.
전쟁이 밀어 올린 물가
기준금리 인상은 치솟는 물가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미국·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이후 에너지 가격 불안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습니다. 이란이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기업들은 생산 차질과 비용 증가를 겪었고, 이는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공급 충격으로 번지게 됐습니다.
기업은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게 되고,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상승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습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정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최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매파로 돌아선 한국은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기념식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습니다. 전쟁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의 차입 부담을 키워 소비와 투자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8% 증가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호황으로 직전 분기 역성장을 극복하고 경기침체 압력이 다소 완화된 상태라고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금융 안정 문제 역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압박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신 총재는 “성장, 물가, 금융 안정 상황이 통화정책 측면에서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가 함께 오르는 만큼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행이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6개월 후 기준금리가 연 3.0%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우세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어떤 정책을 택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