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행사장이 황무지로 남아 있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전남 여수시 공무원들이 박람회 준비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107건이나 다녀온 사실까지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경남 밀양시 공무원들은 지난해 ‘마라톤 대회 활성화 방안 연구’를 명목으로 프랑스 파리 출장을 다녀오면서 외유성 일정을 채워 넣어 도마 위에 올랐다. 공무원과 건설회사, 공사 발주기관과 설계·감리 업체가 얽히고설킨 대형 부실 공사도 이따금 드러난다. 이런 모습은 공공선택이론에서 말하는 지대추구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땅을 갖고 있으면 좋은 점
지대(地代, rent)의 원래 의미는 토지 사용료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토지의 면적을 늘리거나 부가가치를 높이지 않고도 임대료를 올려 소득을 늘릴 수 있다. 그게 가능한 것은 토지라는 생산요소의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토지의 이런 특성에 착안해 공급이 제한된 생산요소를 통해 공급자가 얻는 이익을 ‘경제적 지대’라고 한다. 토지 사용료를 뜻하는 말에서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또 경제적 지대를 얻기 위한 일에 자원을 투입하는 행위를 ‘지대추구’라고 한다.
택시업계가 ‘타다’와 같은 새로운 교통 서비스를 막으려고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 변호사 등 전문직 단체가 인원 증원에 반대하는 것, 기업들이 사업 인허가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정부에 로비하는 것 등이 지대추구의 사례다. 한마디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줄여 손쉽게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가 지대추구다.
명문대에 가기 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도 넓은 의미에서 지대추구로 볼 수 있다. 명문대 졸업생 수는 한정돼 있고, 명문대 졸업장이 좋은 직장을 얻는 데 자격증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대추구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려는 행위라는 점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돈을 버는 이윤 추구와 차이가 있다.
공무원의 속성과 지대 추구
지대추구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와 단체행동 등 비생산적인 활동에 자원을 투입하게 한다. 공사비로 써야 할 돈이 정치인을 상대로 한 로비와 공무원의 외유성 해외 출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높이고, 국민 세금 부담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지대추구의 배경에는 정부 규제가 있다. 토지처럼 기본적인 성격 자체가 비탄력적인 재화도 있지만, 많은 경우 공급의 비탄력성은 규제 혹은 카르텔의 산물이다. 정부가 시장에 많이 개입할수록 경제주체들은 규제를 우회해 특혜를 받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제를 만들어내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관료 집단의 속성도 한몫한다. 공공선택이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제임스 뷰캐넌(1986년 노벨경제학상)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기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봤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를 늘린다는 것이다. 때로는 공무원이 특정 이익집단과 한편이 돼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제도를 운용한다. 공무원이 이익집단의 포로가 된다고 보는 이런 관점을 ‘포획 이론’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