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즘 세계 경제 이슈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고율의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의 파고를 높이더니, 이번엔 기준금리를 빨리 내리지 않는다며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해임까지 압박했습니다. ‘세계의 중앙은행’인 Fed의 독립성에 위협이 가해지자, 세계 금융시장은 주가 급락 등 충격파에 시달렸어요. 예상외의 큰 반향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는 주장을 즉시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Fed의 금융통화정책에 대한 미 행정부의 간섭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도, 미국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트럼프도 관세정책을 비롯한 자신의 경제정책 때문에 당장은 미국 내 물가가 올라가고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을 걱정했을 겁니다. 다만, Fed 의장을 ‘늑장쟁이(Mr. too late)’ ‘중대 실패자(a major loser)’라고 공개 비난하고, 해임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압력을 행사한 일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크게 뒤흔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논란은 왜 발생하는지, 그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궁금해집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 독립성을 지켜온 역사적 사례 등을 4·5면에서 공부해보겠습니다.
정부·정치권, 단기적 경기부양에 '관심' 중앙은행에 압력 넣다가 갈등 폭발
한 나라 경제정책의 양대 축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입니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항만·도로 등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고 각종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민간이 공급하기 힘든 재화와 용역을 정부가 직접 나서 생산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나라 전체의 후생을 늘리고 경제발전을 촉진합니다.

물가와 성장은 상충관계
통화정책은 통화량이나 금리를 조절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 고용 증대 등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이는 민간에서 출발한 중앙은행이 도맡는 구조로 정착됐습니다. 중앙은행은 표준화된 은행권을 독점적으로 찍어내도록 국가로부터 특권을 부여받은 민간은행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정부의 은행’이 된 민간은행이 은행 간 결제 지원까지 하면서 ‘은행의 은행’으로 발전한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화량 조절,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까지 책임지게 됐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는 정부의 외곽에 중앙은행이 만들어진 역사에서 비롯됩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물가’와 ‘고용’ 또는 ‘성장’은 동시에 달성하기 쉽지 않은 거시경제 목표입니다.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돈줄을 조이면 고용과 성장을 기대만큼 이루지 못합니다. 반대로 성장을 촉진하려면 금리인하와 같은 금융완화 정책이 필요한데, 이는 물가상승을 자극할 위험이 큽니다. 한마디로 서로 충돌하는 관계(trade-off)입니다. 평상시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하느냐 긴축하느냐를 놓고 정책적 판단을 하게 되는데, 중앙은행도 정부와 같은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펼치기를 원합니다.
만약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찾아왔다고 가정해봅시다. 정부는 물가도 걱정하지만 결국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데 집중할 겁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물가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해 금리인상을 밀어붙일 수 있어요. 정부와 중앙은행 간 갈등은 불가피하고, 정부가 중앙은행에 압력을 가할 경우 독립성 시비가 일게 됩니다.
정치적 경기순환, 재정 지배의 폐해
이를 경제이론 측면에서 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는 ‘정치적 경기순환 이론(Political Business Cycle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호황-침체-불황-회복’을 되풀이하는 것을 경기순환이라고 하는데, 이 이론은 경기순환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봅니다. 즉 선거를 앞둔 정부와 정치권이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 통화정책을 활용하려는 유인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선거 전 표를 많이 얻기 위해 금리를 내리거나 통화량을 늘리면 물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선거 이후엔 반대로 풀린 돈을 회수하려고 긴축정책을 폈다가 급격한 경기침체를 맞을 수 있습니다. 정치권은 민생을 위한다는 논리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적인 경제정책을 원하기 일쑤입니다. 기본적으로 금리인상을 싫어합니다. 정부도 한편으론 중장기 경제발전에 힘쓰면서도 정권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단기적인 경제적 성과를 내보이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독립성을 가진 중앙은행이라면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주기적인 정책 개입을 차단해 경제의 불필요한 변동성을 줄여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