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유행하는 용어 중 하나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죠.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일정한 요금을 내고 제품을 쓰거나 서비스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뜻합니다. 최근엔 유튜브에 이어 쿠팡이 구독료를 크게 올려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평상시엔 구독경제가 제공하는 편리함을 잘 이용하다가도 이렇게 난데없이 요금이 급등하면 속된 말로 ‘호구’가 된 느낌이 듭니다.
그렇더라도 쉽사리 기존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하는 게 현대인입니다. 이미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고 할까요. e커머스, 동영상·음악 등 콘텐츠부터 전자제품, 자동차 등 각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구독경제 아닌 게 없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신경정신과 치료도 ‘제정신 구독 서비스’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구독 서비스 없이 살아가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된 거죠.
하지만 시장지배력에 기반한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과 눈속임 상술을 뜻하는 구독경제의 ‘다크 패턴’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 서비스와 결합하면 그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편리하긴 한데, (구독경제로 인해) 피곤하기도 해”라고 반응합니다. 구독경제 시대의 명과 암은 무엇인지, 구독경제를 이끄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소유보다 경험…MZ세대 구독에 빠졌다귀차니즘' 강한 사람일수록 더 애용

구독경제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가정에 있는 정수기를 예로 들면, 기성세대는 직접 제품을 구매해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높은 사양의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과거에 구독이라고 하면 신문·잡지·우유 등 극소수 품목에 국한됐죠. 그런데 바쁜 일상에서 필터를 계속 교체하고 정수기 내부를 청소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렌털 서비스가 확산됐고, 정수기 제조업체는 이를 정기 점검 서비스와 묶어 구독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구독 권하는 사회
구독경제는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공유경제’와 비슷하지만, 제품 등의 이용을 배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최근 들어 공유경제는 차량 공유를 제외하고 점차 인기를 잃고 있는 반면, 구독경제는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되고 있어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동영상·음악·강의 등 온라인 콘텐츠, 전자책,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공기청정기·안마의자 등 생활용품, TV 등 가전제품, 모빌리티, 의류, 청소·세탁 등 생활 서비스까지… 공유경제가 던진 ‘무소유’의 발상 전환이 2라운드에 접어든 듯합니다.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25조9000억원이던 국내 구독 시장은 2025년 100조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쿠팡의 유료 회원은 1400만 명, OTT인 넷플릭스 이용자는 11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 4명 중 3명이 OTT 채널을 한 개 이상 시청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탐색비용’ 줄이는 합리적 선택
구독경제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먼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조업과 유통업, 서비스업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하면서 기업은 개별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화된 경험은 소유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게 됐죠. 또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로 이제는 중장년층도 온라인 거래에 익숙해졌습니다. 다음으로 인구구조의 변화입니다. 디지털에 좀 더 익숙한 젊은 MZ세대가 국내 인구의 3분의 1이 넘어섰고, 무언가를 소유하기엔 ‘규모의 경제’가 생기지 않는 1·2인 가구가 전체 인구 가운데 60%를 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경험이 집 현관문 앞까지 알아서 배송해주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더욱 선호하게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