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는 법안이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습니다. 쌀 등 주요 농산물값이 기준 가격에 못 미칠경우 일정 차액을 메꿔주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개정안입니다. ‘남는 쌀 매입법’으로 알려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최저가 보장제로 핵심 내용을 바꿔 양곡법 개정을 재추진하려 합니다.
이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 정책들과 비슷해 보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대구와 광주를 잇는 11조 원 규모 고속철도 사업의 빠른 추진을 위해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하고, 여권은 간병비의 건강보험 적용과 금융투자세 폐지를 추진하는 등 이른바 ‘퍼주기’ 경쟁이 극심합니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농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선의(善意)를 담았다고 포장한 겁니다. 문제는 사회적 약자를 도우려 한 정책이 거꾸로 이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핵심으로 하는 직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20%로 제한한 정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종의 ‘선의의 역설’인데요, 어떤 부작용이 있었고, 왜 그런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이런 정책이 계속 추진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약자 돕기는커녕 더 힘들게 한 '선의의 역설'경제사와 정책 사례 속에 숱하게 등장하죠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이면 나랏빚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어요. 그런데 선의(善意, good will)만 앞세운 정책은 더 많은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이들을 거꾸로 힘들게 할 수 있죠. 시장경제 원리를 무너뜨려 경제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물론, 경제주체들에게 잘못된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금주법부터 주택 구입 장려책까지
선의만 강조한 정책의 역설은 경제사 속에 숱하게 나옵니다. 1919년 미국 금주법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술로 인한 범죄와 알코올중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술의 제조와 운반, 판매는 물론, 수출입까지 막습니다. 기독교 전통이 강한 나라라고 해도 국민 생활까지 규율하긴 쉽지 않습니다. 불법 주류 제조와 유통, 불법적인 술집 운영이 판을 쳤고, 술을 찾다가 공업용 메틸알코올을 마시고 사망한 사례마저 생겨납니다. 금주법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꼴이죠. 이 법은 결국 1933년 폐지되고 맙니다.
시기를 훌쩍 뛰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볼까요? 이 사태의 직접적 계기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프로그램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짚어보니 1990년대 후반 클린턴 정부가 주택 구입을 장려한 정책이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며 집값의 90%까지 은행에서 무리하게 빌려준 게 탈을 일으킨 거죠. 이후 집값이 떨어지며 빚을 끌어다 쓴 서민들만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남겼습니다.
현 베네수엘라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는 2013년 집권 이후 좌파 경제정책을 펴는데요, 대표적으로 ‘마진율 30% 룰’을 만들어 제품 판매 가격에 통제를 가합니다. 원가에서 30% 이상 이익을 남기면 사업주를 구속하고 업체는 국유화한다는 무시무시한 규제입니다. 하지만 이래선 생산 활동을 이어갈 기업이 남아나기 어렵습니다. 이 규제 이후 3년 만에 베네수엘라 기업은 1만2000여 개에서 2000여 개로 80% 줄어듭니다. 물가는 1년 만에 1만3000배가 폭등합니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소비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 겁니다.
‘저신용자에게 저금리’ 엉터리 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