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소방수, 세대 간 부의 분배에도…구축효과, 혁신 둔화 등 부작용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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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소방수, 세대 간 부의 분배에도…구축효과, 혁신 둔화 등 부작용 주의해야

장규호 기자2026.01.22읽기 5원문 보기
#국부펀드#금융위기#구축효과#세대 간 부의 분배#재정건전성#경상적자#연금사회주의#혁신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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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DB이번엔 국부펀드가 나라 경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경제 안정과 성장을 돕습니다. 국부펀드는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보유 자금을 투입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소방수 역할을 합니다. 또 각종 인프라 건설과 국가전략 산업에 투자를 진행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여줍니다. “국가의 연금저축 통장”다음으로 재정 안정에 이바지합니다. 국가의 유휴자산을 적극적인 투자로 불려나가기 때문에 수익률만 적정 수준을 지키면 국가부채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세대 간 부(富)의 분배를 돕습니다.

국부펀드는 장기간에 걸쳐 국부를 관리하고 미래세대에 혜택을 제공해 사회통합에 기여합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국부펀드를 ‘국가의 연금저축 통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국부펀드는 국가의 초과수익을 강제로 저축하게 한 다음, 복리 효과로 증식시키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합니다. 국부펀드 발달하지 않은 미국그런데 ‘자본주의의 심장’이라 불리는 미국에선 국부펀드가 별로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국부펀드가 기능하려면 먼저 국부가 쌓여 있어야 합니다.

자원 수익, 재정·경상흑자 등을 통해 ‘남는 돈’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수십 년간 지속됐습니다. 또 노르웨이나 중동의 산유국처럼 고갈될 위기의 자원 수익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정부가 특정 기업과 투자 기구를 직접 소유하고 투자하는 것에 대해 전통적으로 거부감이 강합니다. 미국 정부는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역할에 충실할 뿐, 직접 시장에 뛰어들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맞아 변화하는 움직임도 목격됩니다.

인텔 등의 지분을 정부가 확보하고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에 지분을 요구하는 등 국가 주도 경제 시스템을 일부 도입하는 분위기입니다. 연금사회주의 부작용 우려경제이론에 입각해 국부펀드를 따져보면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 민간의 창의성 제약, 과도한 정치적 목적 추구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축효과란 민간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민간의 투자를 밀어내버리는(구축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가 국부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시장금리는 올라갑니다.

또 국부펀드의 투자가 늘어나면 주식·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이 상승해 경제 전체의 자본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금리와 자본비용의 상승은 필연코 민간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구축효과는 자본조달 경로 밖에서도 작용합니다. 국부펀드의 자금이 인공지능(AI)·반도체 등 특정 전략산업에 쏠리면 기존에 민간이 추구해 온 고수익 프로젝트가 국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 효율성이 떨어져 장기 경제성장률이 0.2~0.5%P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민간의 혁신을 둔화시킬 위험성입니다.

국부펀드가 연구개발 자금을 좌지우지하게 되면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는 창의적 시도를 하기보다 안전한 ‘국부펀드 따라잡기’에 올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투자를 주도하니까, 내가 위험을 부담할 필요 없다”는 심리가 퍼지면 벤처투자가 감소하고 창업 생태계는 위축됩니다. 싱가포르 테마섹이 과도하게 스타트업에 개입해 민간의 벤처캐피털 역할이 많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정치적 목표 추구 문제입니다. 국부펀드가 정치적 목적에 휘둘려 운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투자 결정이 경제적 합리성을 잃고, 결국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부펀드가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투자한 회사의 경영에 개입하려 할 경우 ‘연금 사회주의’(연기금을 통한 기업 경영 개입) 문제가 국부펀드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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