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을 함부로 늘릴 수 없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31개월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가계나 기업처럼 수입보다 많은 돈을 쓰면 빚(국가채무)을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었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빚은 결국 미래 세대의 짐이 됩니다.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계 104개 국가가 나랏빚을 관리하려고 ‘재정준칙(fiscal rules)’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재정준칙을 법으로 만들기로 했지만 2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라 살림(재정)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하루빨리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정부가 써야 할 돈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지금이라도 빚내는 것을 규제(재정준칙 도입)하지 않으면 나라살림을 계속 꾸려갈 수 없다는 거죠.
정부부채는 미국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부채가 일정 규모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한도에 도달한 겁니다. 미 하원이 부채한도를 높여서 연방정부가 돈을 더 빌릴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사상 최초로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준칙의 효과 및 한계에 대해 알아봅시다. 정부 재정의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민주주의의 속성을 이해해봅시다.
재정준칙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104개국처럼 우리나라도 서둘러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합니다
매년 정부는 이듬해 쓸 돈(총지출)과 들어올 돈(총수입)을 정리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합니다. 국회는 그 예산안을 심사해 연말에 확정하죠. 이렇게 예산이 확정된 후에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면 예산을 변경하는데, 이를 추가경정예산(추경)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정부가 쓴 돈은 얼마나 될까요? 추경까지 포함한 총지출은 679조5000억원, 총수입은 609조1000억원입니다.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많죠. 정부는 이 차이를 빚(국가채무)을 내서 메꿉니다. 이 때문에 2021년 말 965조3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현재 1068조800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국가채무 급증 막는 재정준칙
갚을 능력이 있으면 빚이 늘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았습니다.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 증가에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데 저성장으로 정부 수입은 별로 늘지 못해 문제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준칙(fiscal rules)을 운영합니다. IMF에 따르면 그 수가 선진국(34개국)과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70개국)을 합쳐 총 104개국에 이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케인스 유효수요이론
재정준칙은 1930년대 대공황을 맞은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침체된 경기를 살리려면 정부가 적자재정을 편성해 물품을 구입하려거나(소비 수요) 생산하려는(투자 수요) 경제행위 욕구인 유효수요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을 적극적으로 채택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애덤 스미스 이후 고전경제학은 ‘경기침체나 경기과열은 보이지 않는 손(시장 가격)에 의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균형을 회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케인스는 경기회복을 기다리다가는 우리 모두 다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며, 정부는 적자재정으로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기침체기에 발생한 재정적자를 경기회복기에 흑자재정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케인스의 이런 주장은 정부 재정을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강력한 욕구가 정치인과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한 것이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재정적자가 해소되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바람에 재정준칙이 필요해졌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