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1999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처음 시행됐다. 산간 오지에 있는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보건소 의사와 화상통화로 원격 진단을 받은 뒤 처방을 받아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받는 사업이었다. 이 시범사업 이후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21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서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원격의료를 막고 있는 의료법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의료법이 일부 개정돼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원격으로 조언해주는 것은 허용됐지만 원격의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는 금지돼 있다.
10년간 세 차례 법 개정 추진
원격의료 찬성론자들은 원격의료가 많은 장점이 있는 만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편리성을 높일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도서·벽지 주민 등이 굳이 병원을 가지 않아도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도는 상황에서도 원격의료가 필요할 때가 많다. 병원을 통한 전염병 전파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당뇨병 등 만성병 환자들은 원격의료를 통해 집에서 진단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2010년 이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세 차례 의료법 개정을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정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한 채 폐기됐다.
20대 국회 때인 2016년 6월에도 세 번째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에는 상정됐지만 의료계 반발 등으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의료법 개정안이 번번이 무산된 것은 이해당사자 등의 반대 의견이 컸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는 도입에 찬성하고 있지만 국내 의료계 대부분은 원격의료에 반대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오진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질 수 있고,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가는 쏠림 현상이 일어나 중소병원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지금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의원도 가세했다. 원격의료는 ‘의료 영리화’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고 재벌 등 일부만 특혜를 받게 될 것이라는 논리 등을 내세우며 반대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계기로 정부 재추진 의지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출범 이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두고 원격의료를 허용할지 여부를 검토했다. 2018년 8월 도서·벽지, 격·오지 등 의료 취약지역 네 곳에 한정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제한된 형태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원격의료 도입 논란은 한동안 잔잔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져나가자 정부가 2월 24일 전화 진료·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만성질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5월10일까지 77일간 국내 3853개 의료기관에서 26만2121건의 전화진료가 이뤄졌다. 특별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대구·경북 등 지방 환자들을 중심으로 만족도도 높았다는 평가가 많다. 대형병원 쏠림 우려와 달리 40% 정도는 동네의원을 이용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원격의료 도입 드라이브’를 다시 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올가을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망산업으로 부상한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를 육성할 필요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