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무역 1조달러에도 우울했던 2019년 ‘무역의 날’
커버스토리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에도 우울했던 2019년 ‘무역의 날’

최만수 기자2019.12.14읽기 5원문 보기
#보호무역주의#미·중 무역전쟁#무역 1조달러#중국 의존도#산업경쟁력#경기 부진#글로벌 금융위기#WTO

Cover Story

- 한국수출, 변방으로 밀리나

보호주의 속 위기의식 없어…결국 산업경쟁력이 문제

한국 경제는 수출을 기반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다른 나라보다 자본과 자원이 빈약했지만 무역을 통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면서 한국 경제는 위기에 처했다. 보호무역이란 각국 정부가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해 수입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무역정책을 뜻한다.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최고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 아래에서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보호무역으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대통령 축사에도 분위기 싸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최근 한국의 무역 성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10대 국가의 수출은 줄었지만 한국은 올해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고, 11년 연속 무역흑자라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념식에 참석한 무역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과의 관계마저 나빠져 내년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성과만 강조하는 대통령 축사를 들으니 마음이 더 답답해진다”고 토로했다. 각종 경제 동향 분석자료 및 통계 지표를 보면 기업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발간한 ‘경제동향 12월호’에서 9개월 연속 ‘경기 부진’ 진단을 내렸다.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를 포함한 한국 사회의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이슈를 바꿔가며 시급한 정책 입법을 미루고, 사회 각계의 이해집단들은 최저임금·탄력근로·공유경제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자기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한국 수출, 중국 의존도 25% 한국 수출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높은 중국 의존도다. 한국의 올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에 달한다. 작년 26.8%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너무 높다. 중국이 고성장을 거듭하던 2010년 초반,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앞으로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 부진이 글로벌 무역전쟁 외에도 한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이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휴대폰 조선 철강 등 한국이 주력이던 산업에 뛰어들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는 구조적 변화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미국 또는 일본처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호무역주의에 타격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상품 교역량이 지난해에 비해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반년 전인 지난 4월 전망치 2.6%에서 반토막 난 것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WTO는 내년 상품 교역량 증가율도 3.0%에서 2.7%로 낮춰 잡았는데, 그나마 미·중 무역분쟁이 원만하게 타협되는 것을 가정한 수치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의 정치 무기화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제한 조치도 이런 맥락에서 걱정을 더하게 한다. 1920년대 경기불황이 닥치자 각국이 자국만 살기 위해 관세를 높이면서 세계 경제가 대공황의 수렁에 빠졌듯이 이번에도 이런 움직임이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보호주의 무역갈등이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복잡한 정치적 요소들과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김진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은 향후 글로벌 경제, 기술 발전, 세계적인 역학구조의 주도권을 다투는 복잡한 배경이 얽혀 있다”며 “각국의 정치적 요소까지 고려한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bebop@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부활하는 미국…원동력은 창의와 경쟁
커버스토리

부활하는 미국…원동력은 창의와 경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했던 미국 경제가 창의적 인재 육성, 사유재산권 보장, 유연한 노동시장 등을 바탕으로 다시 회복되고 있다. 미국의 GDP 성장률과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주도적 위상이 강화되고 있으며, 당분간 글로벌 경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2015.01.22

커버스토리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세계 석학들의 잇단 경고

세계 석학들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 교역량 감소는 기업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각국의 GDP 감소를 야기할 수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발 경제위기 가능성을,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9.09.19

과잉복지 · 정부실패가 경제위기 초래
커버스토리

과잉복지 · 정부실패가 경제위기 초래

역사적 경제위기들은 인간의 탐욕, 정부의 실패, 규제 미비라는 공통 원인으로 발생하며, 유럽의 PIGS 국가들은 과잉복지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만성 재정적자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사례다. 북유럽 국가들이 1990년대 위기를 통해 건전한 재정관리를 학습한 것처럼, '공짜는 없다'는 원칙 하에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과 적절한 규제가 경제위기 예방의 핵심이다.

2010.11.24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길을 잃다
커버스토리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길을 잃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서 공산주의 혁명을 옹호하는 극단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지난 100년간 기대수명 연장, 생산성 향상, 소비재 구매력 증대 등을 통해 인류의 삶의 수준을 극적으로 향상시켰으며, 민주주의와 평화 증진에도 기여했다. 현재의 위기는 시장경제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제도의 올바른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1.11.30

美도 타격 큰 관세전쟁…트럼프는 왜 집착할까
커버스토리

美도 타격 큰 관세전쟁…트럼프는 왜 집착할까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기본 10% 관세를 모든 국가에 적용하면서 관세전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물가상승, 교역량 감소,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1929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촉발된 100년 전 관세전쟁은 세계 무역액을 3분의 1로 급감시키고 대공황을 심화시켰으며,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져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자유무역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025.04.10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