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언제나 ‘선한 목적’으로 가격통제를 단행한다. 아무도 재화의 가격상승을 원치 않기 때문에 가격통제는 늘 ‘착한 정책’으로 포장된다. 이런 정책의 저변에는 가격이 오르면 공급자(기업)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편견도 깔려 있다.
하지만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안다면 당국의 가격통제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히 무의미할 뿐 아니라 심지어 통제 이전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나기 일쑤다. 경제에선 바스티아가 말한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소비자들이 정한다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가격은 이미 입증된대로 소비자가 정한다. 겉보기에는 기업을 포함한 공급자들이 일방적으로 가격표를 붙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 가격은 소비자가 가장 싸고 좋은 물건에 붙여주는 일종의 인증서다.
소비자는 물건이 좋지도 않은데 가격이 비싸면 선택을 포기한다. 이렇게 되면 제품과 제조사는 망한다. 반대로 값이 싸면서도 질이 좋은 제품은 잘 팔린다. 기업들은 이런 정보를 재빨리 간파해 적정가격과 질로 승부하게 된다. 물론 어떤 기업은 한번에 돈을 벌기 위해 자기 멋대로 높은 가격을 붙여 물건을 팔려고 할 수 있다. 결과는 어떨까. 자유로운 시장에서 경쟁제품이 나오는 한 이런 제품은 사라질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기업이 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소비자 선택이 늘었고 가격을 높였다는 면이다. 따라서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의 결과가 아니라, 시장을 통해 가격상승과 이윤증가가 나타났다면 이것은 경쟁에서 이긴 기업에 소비자가 선사한 혜택이다. 손실은 냉혹하게 그 반대다. 소비자 주권이 행사된 결과다.
#가격 통제는'포퓰리즘'
하지만 당국은 가격통제에 늘 매력을 느낀다. 가격을 올린 것이 소비자 자신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사실 같은 소비자)들에게 ‘가격통제와 같은 인기 있는 정책’을 실시하면 그만큼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정치인들은 생각한다.
가격통제에 속하는 강제적인 가격인하에 관한 일화 한 토막. 연암 박지원 얘기다. 그가 살던 어느 해 한양의 쌀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백성들은 아우성이었다. 왕은 쌀값을 예년처럼 동결하고 이보다 높게 받는 자를 엄벌하도록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박지원은 왕명을 거둬 달라고 읍소했다. “한양 쌀값이 금값처럼 뛴다는 소식에 전국 농민들이 쌀을 지고 한양으로 오고 있는데 왕명 때문에 되돌아 가고 있습니다. 한양의 쌀 부족은 거꾸로 더 악화될 것입니다.” 쌀 시장은 연암의 예상대로 더 악화됐다. 왕의 가격통제가 없었다면 전국에서 몰려든 쌀 공급으로 쌀값은 빠르게 진정됐을 것이다. 왕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런 예는 홍수지역에서 생수값을 높게 받는 것이 도덕적인가라는 토론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홍수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가게 주인이 생수 한 병을 5000원에 팔았다고 해서 그를 처벌하면, 홍수지역 주민들에게 좋을까? 500원짜리 생수 한 병이 5000원이라는 소식에 전국 생수업체들이 생수를 트럭에 싣고 피해지역으로 온다면 생수가격은 금방 진정될 텐데도 당국은 통제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규제가 되레 화 불러
가격상한제도 마찬가지다. 가령 우유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 정부는 가난한 아이들이 우유를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정부는 가격상한제를 실시해 우유 가격을 자유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고정(상한제 실시)시킨다. 우유업체들은 비용보다 낮은 가격 탓에 손해를 보게 된다. 한계생산자들은 우유생산을 중단하고 이익이 나는 버터나 치즈, 고기 부분에 소와 우유를 사용하게 된다. 정부개입으로 공급량이 줄어 아이들은 그나마 더 우유를 못 먹게 됐다. 가난한 아이의 입장에선 이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 결과다.
정부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생산자들의 적자요인을 없애 우유를 공급토록 하고 싶어진다. 정부는 우유생산에 들어가는 요소(노동, 물류 등)의 가격을 낮춰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 경제학자인 루드비히 폰 미제스는 “가격통제는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설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