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력을 좌우하는 요인들은 많다. 풍부한 천연자원, 우수한 인재, 기업가 정신, 탁월한 지도자는 경제를 번성시키는 핵심 요소들이다. 하지만 자원은 때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자원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원으로 인해 국민성이 게을러지고 창의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유가 넘쳐나 이른바 ‘오일 머니’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있는 중동 산유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국민소득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대부분 취약한 것은 이를 잘 설명한다. 흔히 쓰이는 ‘자원의 저주’는 넘치는 자원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우디 석유는 반드시 축복일까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생산과 매장량에서 세계 최대 국가다. 당연히 에너지 부국이다. 사우디 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석유의 위상은 더 압도적이다. 2012년 재정수입 중 석유의 비중은 90% 정도로 추정된다. 사우디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석유산업의 모든 수입이 정부에 귀속되기 때문에 재정의 대부분을 세금에 의존하는 나라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민들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국가 재정을 확보해 이를 다시 국민소득 증대에 활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자원(석유) 수출을 통해 얻은 수익을 국민들에게 재분배하는 성격이 강한 경제구조다. 사우디 경제는 한마디로 생산국가라기보다 분배국가인 셈이다. 재정이 풍부하고 국민의 세금부담이 거의 없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하지만 사우디를 경제대국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식 실업률은 10%를 훌쩍 넘는다. 전체 인구의 60%에 이르는 30세 미만의 청년층 실업률은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다.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이 10%에도 못 미쳐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영향도 있지만 사우디 젊은이들은 힘들게 일할 필요를 못 느낀다. 사우디인들이 꺼리는 일자리는 아시아 각국에서 몰려온 노동자들이 메운다. 전체 고용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을 것이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자원의존 심화…기술발전 정체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는 흔히 말하는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를 잘 설명한다. 자원의 저주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은 오히려 둔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길까. 원인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생산의 대부분을 지하자원에 의존하는 탓에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발전이 더디다. 둘째, 광업에 생산력을 집중하기 때문에 첨단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셋째, 자원을 선점한 기업은 채굴외에 다른 투자를 하지 않아 기술발전 속도가 느리다. 넷째, 정부 역시 자원을 통해 들어오는 재정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하나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의 경제선진국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즉 ‘자원의 저주’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리 특수를 누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적 밀 수출국 카자흐스탄도 외국인 배척시위와 국내 밀값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엄청난 자원수입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못하고 극히 일부 계층만 이를 독점함으로써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브릭스 국가(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구를 바탕으로 1990년대 말부터 경제발전에 속력을 내면서 자원의 저주에서 벗어나고 있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원의 저주를 ‘자원의 축복’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자원저주를'자원축복'으로 ‘자원의 축복’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브라질 앙골라 보츠와나 등 자원부국은 정치안정이라는 기틀을 다진 뒤 자원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등 산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인프라(사회간접자본)를 건설하고 선진 금융제도를 갖춰 외자유치를 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아프리카 제2의 산유국인 앙골라는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경제개발을 위한 정부 지출을 확대하고 내전으로 파괴된 병원이나 학교 등 인프라 건설 확충에 힘쓰고 있다.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 22%를 점유한 보츠와나도 인프라 건설, 건강·교육 부문 투자, 외자유치, 규제완화 등으로 아프리카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자원의 빈곤을 딛고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표적 국가다. 개방과 경쟁, 창의, 기업가정신이 자원부족이란 핸디캡을 상쇄한 결과다. 원유가 한방울도 나지 않으면서 석유제품은 한국의 대표적 수출상품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심해졌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전세계가 기업인이 누비는 운동장이 된 셈이다. 개방으로 인한 불안감도 높았지만 문을 활짝 연 산업일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도 입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