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이 꿈꾼 지식의 대통합인 '통섭'(cosilience)은 단순한 '통일'(unification)과는 다르다.
'통일'은 '남북통일'이라는 예에서처럼 여러 병렬적 존재들을 단순히 하나로 종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룰 때,남과 북 사이에 위계질서가 필수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윌슨의 통섭은 여러 학문들 사이에는 위계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특히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와 분리될 수 없다.
또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는 뇌에 대한 이해,더 나아가 생물학에 대한 이해에 토대를 둘 것이다.
윌슨은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의 제 학문들이 생물의 계통수처럼 위계적 체계에 의해 하나로 파악될 수 있다고 믿고 있고,이렇게 체계적으로 학문을 파악하는 작업이 곧 '통섭'이다.
지난 주에는 윌슨이 구상하는 '통섭'의 일반적 의미를 살펴보았고,이번 주에는 윌슨이 시도하고 있는 '통섭'의 구체적 내용을 살짝 엿볼 것이다.
윌슨은 마음,문화,인간의 본성,사회과학,예술,윤리와 종교 등 여러 분야에 대해서 현대 과학의 성과,특히 생물학적 연구의 성과를 토대로 사회생물학의 거장으로서 안목과 식견이 느껴지는 통합적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 원문읽기
문화는 공동의 마음에 의해 창조되지만 이때 개별 마음은 유전적으로 조성된 인간 두뇌의 산물이다.
따라서 유전자와 문화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연결은 유동적이다.
얼마나 그런지는 불명확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연결은 편향되어 있다.
즉 유전자는 인지 발달의 신경회로와 규칙적인 후성규칙(後成規則,epigenetic rules)을 만들어 내고 개별 마음은 그 규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조직한다.
(중략)
문화는 유전자·문화 공진화(共進化)의 부분으로서 각 세대 구성원 개인의 마음 속에서 집합적으로 재구성된다.
(중략)
어떤 이들은 주변 문화와 환경에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하도록 해 주는 후성 규칙들은 대물림한다.
그리고 그런 규칙을 전혀 갖지 않은 사람이나 있어도 약한 규칙을 가진 이들은 생존과 번식에서 밀려난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좀 더 성공적인 후성 규칙들은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그 규칙들을 규정하는 유전자들과 함께 개체군 내에서 널리 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 두뇌의 해부·생리적 구조가 진화해 왔듯이 행동도 자연선택에 의해 유전적으로 진화해 왔다.
▶해설=7장 '유전자에서 문화까지'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