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도덕으로 통치하는 것 아니다" … 근대정치론의 시작
근대 정치학의 토대가 되고 있는 군주론은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주의로 인식되어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마이카벨리가 이 책을 서술할 당시 이탈리아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이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쓰여졌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살던 시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처럼 군소 국가들의 대립, 외세 침략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마키아벨리는 현실의 정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논하면서 기존의 종교적,도덕적 관점을 철저히 배제했다. 그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도덕적 이상의 추구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았다. 덕을 베푸는 것이 도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정치 권력의 효율적 사용이 국가통치에서는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까지 통용되던 이상적 군주에 대한 철학을 통째로 뒤집어 놓은 셈이다.
◆원문읽기-진정한 자비로움이란..
체사레 보르자는 잔인하다는 평판을 얻었지만 그의 가혹한 조치들로 인해 로마냐의 질서가 회복되었으며,로마냐를 통일시켜 평화롭고 충직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군주가 백성들의 단합과 충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잔인하다는 평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해서는 안 된다. 혼란을 제멋대로 방치해 살인과 약탈이 넘쳐나도록 만드는 사람들에 비해 단지 몇 명만 처벌함으로써 더욱 더 자비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를 방치해 두는 사람들은 흔히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게 되지만 군주의 명령에 따른 강제집행은 오직 특정한 개인에게만 해를 끼치는 것에 불과하다.
▶해설
체사레 보르자는 마키아벨리가 높이 평가한 이탈리아의 군주였다. 대중에겐 잔인하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마키아벨리는 그야말로 이탈리아를 무질서에서 구출할 자질을 가진 인물로 평가했다. 반면 당시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던 종교적 지도자인 사보나롤라 신부에 대해 마키아벨리는 지도자로서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성직자들의 도덕주의는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뿐이었기 때문이다.
◆원문읽기-인간은 악하고 이기적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나은가?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나은가?의 질문에 대한 나의 견해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과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이 둘 모두를 함께 성취하기란 힘들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존경받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쪽이 낫다는 것이다. 인간은 배은망덕하고 변덕스러우며 사기꾼에다가 위선자이며 위험을 피하려 하고,이익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중략)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보다 존경하는 대상을 해치려 할 때 덜 주저하게 마련이다. 존경이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유지되는데,인간은 극도로 이기적이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런 은혜에 대한 보답의 마음을 저버리기 쉽다. 하지만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 유지되기에 훨씬 효과가 있다.
▶해설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의 질문은 논술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이며,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인간은 전적으로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으며,경우에 따라 극도로 선해지기도 하고,악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마키아벨리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는 질문을 통해 답을 한다. 만일 선과 악의 양자택일 상황이라면 인간은 어느 쪽을 택할까? 마키아벨리는 악을 택한다고 답한다. 인간들은 평소에는 평화롭게 서로를 위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기 전까지만 유지된다. 서로의 이익이 배치되면 손 대신 칼을 내민다. 이기거나 지거나의 양자택일 게임에선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택하게 되는 게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