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과학문명이 왜 유럽에서 발전하게 됐을까?
10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은 이슬람이나 중국에 비해 문명의 발전이 한참이나 뒤떨어진 지역이었다.
하지만 16세기에 이를 즈음 유럽인들은 다른 문명에 앞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시작했고 근대화를 이뤄나갔다.
이후 유럽 제국주의는 탁월한 항해술과 우수한 무기를 바탕으로 다른 대륙을 정복했고, 20세기 초까지 식민지 지배를 계속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근대 과학문명의 발전이 굳이 유럽에서 일어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수량화 혁명』(The Measure of Reality)의 저자 알프레드 W. 크로스비(1931~ )는 중세 후반과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던 유럽인들의 특정한 사고방식에서 답을 찾는다.
20세기 미국 역사학자인 크로스비는 유럽인들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수량화'와 '시각화'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이야기한다.
1250년 이후 200~300년 동안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은 큰 변화를 겪는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근본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
실재(reality)를 설명하는 세계관이 질적인(qualitative) 모델에서 양적인(quantitative) 모델로 바뀐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고대의 철학적 사고방식과 중세 교회의 성스러운 상징체계는 사라지기 시작한다.
유럽인들은 수학과 계측을 연결시켜서 숫자를 통해 인지 기능한 실재를 이해하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에너지, 실천과 인식을 균질한 단위의 집합체로 인식하고 셀 수 있는 수량으로 시각화한다.
양적인 개념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새로운 사고방식은 모든 영역에서 유럽인의 머릿속에 서서히 자리잡아간다.
기계시계의 발명으로 인한 시간의 측정, 위도와 경도의 정확한 표현으로 인한 공간의 측량, 인도-아라비아 숫자체계의 도입으로 인한 수학의 추상화·일반화 등은 수량화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혁명을 가속화한다.
보표의 발명으로 인한 음악 악보의 기록, 원근법의 도입으로 인한 사실적(寫實的)인 회화의 출현, 복식부기의 발명으로 인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상업의 출현 등에서 시각화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특징이 드러난다. ◆원문 읽기 서구는 현금 경제 체제로 진입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들 생활의 모든 항목은 단일한 기준으로 환원되었다.
머튼 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던 14세기의 인물 월터 벌리는 "판매 가능한 모든 물건은 곧 측정된 물건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밀과 보리, 귀리, 호밀, 사과, 향료, 털, 명주, 그리고 조각과 그림에 가격이 매겨졌다.
(중략) 가격은 모든 것을 수량화했다.
[해설]=수량화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토대는 경제 체제의 변화에서 비롯한다.
농업 생산력이 상승했으며, 상업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옛 도시는 확장되고 새 도시가 생겨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