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 | 생글생글 디지털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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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리처드 도킨스는 『눈먼 시계공』에서 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시계공 논증'을 효과적으로 반박한다. 도킨스는 인간이 시계처럼 복잡한 설계의 산물이라는 주장에 대해, 자연선택이라는 맹목적인 과정이 수백만 년의 시간을 통해 무질서로부터 질서 있는 복잡성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직관이 진화의 긴 시간 척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창조론이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신의 개입 없이도 자연적 과정만으로 인간의 존재가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 고전 속 제시문 100선
(36) 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 2007.03.28 인간이 우연히 생겨날수 있겠는가? 창조론 논박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화생물학자 중의 한 명이다.
도킨스가 특별한 이유는 그만의 탁월한 설명력에 있다.
그의 『눈먼 시계공』은 인간의 머리 속에서 창조론을 몰아내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로 간주되고 있다.
지금까지 어느 무신론적 철학자도 창조론을 이보다 효과적으로 논박한 적이 없었다.
또 어느 과학자도 도킨스만큼 훌륭하게 적들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이 책의 공격 목표인 '시계공 논증'은 너무나 우아하고 그럴듯한 논리이며, 많은 철학자들의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었던 논증이다.
도킨스도 그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그는 '시계공 논증'의 우아함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맛보게 한 뒤에 그 논증의 허점을 조목조목 반박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반전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원문 읽기
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
풀밭을 걸어가다 돌 하나가 발에 채였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그 돌이 어떻게 거기에 있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은 원래 거기에 놓여 있었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 아니라 '시계'를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그 장소에 있게 되었는지 답해야 한다면, 앞에서 했던 것 같은 대답,즉 잘은 모르지만 그 시계는 원래 거기에 있었다는 대답은 거의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시계와 같은 사물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고 믿기는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시계와 같은 복잡한 사물이 존재하기 위해선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것을 만들었다.
그는 시계의 제작법을 알고 있으며 그것의 용도에 맞게 설계했다.
시계 속에 존재하는 설계의 증거,그것이 설계되었다는 모든 증거는 자연의 작품에도 존재한다.
그런데 차이점은 자연의 작품(인간) 쪽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또는 그 이상으로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해설] =위 글은 신학자인 윌리엄 페일리의 논증을 도킨스가 인용한 것이다.
신 존재 논증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시계공 논증'만큼 대중적 호소력이 뛰어난 것은 없을 것이다.
이 논증은 인간의 직관에 매우 자연스럽게 부합한다.
어떤 사물이 존재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시계와 같은 복잡한 사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설계하고 제작한 누군가가 반드시 존재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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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제작자없이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연히 생겨날 수가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컴퓨터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듯이, 인간은 인간보다 더 위대한 정신에 의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과학자들 중에서도 이런 식의 주장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사람이 많다.
맹목적인 자연선택에 의하여 아메바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은 부품공장의 부품들이 바람에 날려다니면서 보잉 747기로 조립되는 것과 맞먹는 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식의 주장 말이다.
다시 말해 신의 개입없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마치 다윈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게, 그리고 믿지 못하게끔 특별히 고안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종종 '맹목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우연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다윈주의를 공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윈주의는 무작위적인 우연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잘못된 생각으로 다윈주의를 반박하려 한다.
우리가 다윈주의를 믿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뇌는 진화가 일어날 만큼의 긴 '시간 척도'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사건에만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 분, 몇 년, 기껏해야 몇십년 만에 완결되는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다윈주의는 사건 진행 속도가 너무나 느려서 완결되려면 몇 만 년, 몇 백만 년이 걸리는 작은 과정들의 누적에 관한 이론이다.
[해설] =상대성 이론 역시 직관에 배치되지만 사람들은 그에 저항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화론에 저항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진화론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진화론은 너무나 단순한 이론으로 보인다.
돌멩이가 비, 바람과 같은 순수한 자연적 작용에 의해 바이러스 같은 생명으로 변신했으며, 아메바 같은 단순 생명체가 우연한 작용에 의해 인간으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돌멩이가 생명체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가 없으며, 아메바가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을 볼 수 없다.
돌멩이가 생명체로 변화하는 데에는 몇백만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돌멩이가 생명체로 변화할 확률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문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원숭이나 어린아이가 무작위로 타자기를 두들겨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 편이 완성될 수 있는 확률과 비슷하다.
복잡한 사물도 시간과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자갈이 깔린 해변을 걷다 보면 자갈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것이 아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갈들은 해안선을 따라가며 그 크기에 따라 각각 띠를 이루고 있다.
작은 자갈로 이루어진 띠가 있는가 하면 큰 자갈로 이루어진 띠도 있다.
그 자갈들은 분류되고 배열되고 선택된 것이다.
바닷가 근처의 원시인은 세상이 어떤 것을 분류하고 배열한다는 이 증거를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을 것이며 아마도 그것을 설명할 신화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화는 단정함을 좋아하는 하늘에 있는 '위대한 정신'에 관한 것일 게다.
우리가 그러한 미신을 듣는다면,그러한 배열은 맹목적인 물리적인 힘, 즉 이 경우에는 파도의 작용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을 설명할 것이다.
파도는 목적도 의도도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정함을 특별하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큰 자갈과 작은 자갈들은 이 작용에 대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반응한다.
해변에 있는 자갈들이 크기대로 모여 띠를 이루는 것은 그 결과일 뿐이다.
비록 사소한 것이지만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나왔으며, 이 과정에는 어떠한 마음도 개입하지 않았다.
[해설]= 도킨스는 페일리의 '시계공 논증'과 같은 방식으로 해안선의 자갈이 배열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자갈은 아무런 의도나 목적이 없이 자연의 무심한 자연적 작용에 의해서 질서있게 배열된다.
그리고 이런 작용이 수백만 년을 되풀이하면 인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자신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인 '바이오모프'를 통해 순전히 기계적인 작용에 의해 단순한 사물이 복잡한 사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그의 설명방식은 비유적인 것일 뿐 결코 완벽한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비판하는 가장 흔한 방식이 이런 것이다.
'진화론은 완벽한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창조론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주장은 결코 주장도 아니고 반증도 아니다.
뉴턴의 관성의 법칙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완벽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론이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 중에서 가장 유용하고 타당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의도나 목적에 의해 운행된다는 생각은 복잡한 사물에 대한 감탄 외에 다른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
인간은 과거와 현재 사이를 인과적 고리로 묶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적 고리는 '우연'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언제나 결과물을 보고, 그 원인을 추적한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우연이 개입될 여지는 현재와 미래 사이의 연결을 생각할 때보다 훨씬 적어 보인다.
우연과 차별되는 것, 바로 목적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목적이 없는 우연이라고 해서 원리나 법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법칙이 인간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이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역사와 전기는 언제나 드라마로 각색되는 것이다.
우리는 인과적 고리가 다른 방식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가능성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현재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반드시 존재한다.
자연선택의 과정은 '눈 먼 시계공'에 의한 것이다.
아무런 목적이 없이도 인간은 존재할 수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대로 우주 역사의 필름은 되감아서 처음부터 다시 돌린다면 지금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역사가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