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처럼,우리에게 다가오는···
카프카를 생각하면 늘 오후 두 시가 떠오른다.
'산업재해보험공단'에서 십사 년 동안 근무했던 그는 오후 두 시에 퇴근을 했다지.
한동안 나는 오후 두 시에 출근을 했던 적이 있다.
오후 두 시 사무실로 향하면서 나는 종종 카프카를 떠올리곤 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는지 모르겠다. 퇴근길의 카프카가 방금 나를 지나쳐간 것 같은 착각에 휩싸여.
오후 두 시는 틀림없는 낮인데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어스름과 차가운 안개의 이미지가 함께 떠오르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내가 카프카의 「소송」을 기다리던 시간도 오후 두 시쯤이었다.
나는 「소송」을 무척이나 기다렸는데, 내가 꼭 「소송」을 읽어야만 한다는 그 어떤 의무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었다.
그 소설이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알려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잠깐 엉뚱한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가 거의 날마다 먹는 소와 돼지와 닭들이 어떻게 키워지고 도살되는지 그 과정을 취재한 방송을 나는 얼마전에 본 적이 있다.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번식되고 살찌워지는 가축들의 공포에 사로잡힌 눈.
그 눈에 비친 인간은 절대의 권위를 부여받은 심판자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축은 자신들이 왜 도살되는지 모르는 채, 심지어 곧 도살되리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도살장에 끌려가고 처형당한다.
내게 그 과정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다 못해 그릇된 심판의 한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소송」의 K가 겪는 소송과 심판의 과정이 가축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그 과정과 어쩐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송」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주인공 요제프 K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은행 간부인 K는 도덕적이거나 선량한 인간이 결코 아니다.
소심하고 우울한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면서,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침묵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에 그는 달변가다.
때때로 변덕이 죽 끓듯 해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의 전형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가 카프카로 혼돈되면서) K에게 사랑에 가까운 감정마저 느꼈는데(일상에서는 선량함을 타고난 사람에게 매혹되지만), K가 결코 착하고 순진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 감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K는 때때로 어이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 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 짓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