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연고주의, 법 의식 약화시키는 독버섯
현대판 음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외교통상부 고위 관료 자녀의 특혜성 취업은 우리 사회에 법치의식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왜 우리에겐 지도층이건 일반 시민이건 법치의식이나 윤리의식이 부족한 것일까.
그건 우리 국민들이 타고날 때부터 공공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법이나 윤리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한걸음 나아가 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를 보면 사회적 시스템 때문이다.
⊙ 입법의 과잉
일각에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법치의식이 부족한 것을 일제의 유산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모든 법은 악법이며 지켜선 안된다는 의식이 자리잡았고 이게 오늘날까지도 법 경시 풍조를 낳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해방된 지 60년인데 아직까지 식민지 시대의 의식이 남아 있을리 없고,더구나 식민지 시대 이전엔 법치의식이란 것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불법 부동산 투기나 자녀를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위장전입 등등…. 고위 공직자 후보들이 청문회 때마다 시비에 걸리는 불법 행위들이다.
공직자로서 도덕성에 흠결이 있으면 안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 주위를 둘러 보면 이렇게 법을 어긴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역설적이지만 법의 숫자,특히 '이런이런 건 해선 안된다'는 규제법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법을 만들 때는 미리 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환경 조성 없이 엄격한 금지법만 만들어내는 바람에 범법자를 양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18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률안만도 거의 5000건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국민 생활을 규제하고 민간의 자율을 억제하며,행정이나 정치 편의주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뭐를 지켜야 하고 뭐는 하면 안되는지를 아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그 결과가 바로 법에 대한 무시,법 의식의 실종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법을 만들고 집행해야 할 입법부나 사법부가 법 경시 풍조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는 법을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귀에 걸면 귀고리,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제멋대로 해석한다. 정치인 비자금 수사 과정이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당과 야당 의원들이 내 편이라면 봐주고 반대 편이라면 죽이는 일은 일상사가 됐다.
법적 잣대가 다른 풍경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니 국민들로선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란 생각을 무의식중에 갖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같은 국회의원의 범법에는 관대하고 고위관료 등에겐 추상같은 국회의 야누스적 모습도 법치의식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