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소득 재분배에 대한 3가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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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소득 재분배에 대한 3가지 사상

강현철 기자2010.08.18읽기 9원문 보기
#소득격차#소득 재분배#공리주의#점진적 자유주의#급진적 자유주의#한계효용체감#존 롤스#로버트 노직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재분배 정책을 편다. 그렇다면 재분배는 어느수준까지 되는게 좋을까.이는 경제적 분석만으로는 불가능 하다. 정치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소득 재분배에 대한 정치 철학적 시각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공리주의와 점진적 자유주의 그리고 급진적 자유주의가 그것이다.

공리주의(utilitarianism)는 19세기 초반에, 점진적 자유주의(liberalism)와 급진적 자유주의(libertarianism)는 1970년대 초반에 각 각 존롤스(JohnRawls)와 로버트노직(RobertNozick)이라는 철학자에 의해 제시됐다. 이들 사상은 소득격차를 해소 하기 위해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이 정의로운지에 대해 다룬다. 소득격차 해소 위해 정부가 어느정도 개입해야 하나공리주의, 존 롤스, 로버트 노직 철학적 근거 제시⊙ 공리주의공리주의의 창시자는 영국의 철학자 밴담(Jeremy Bentham)과 밀(John Stuart Mill)이다.

공리주의의 목표는 개인의 의사결정 논리를 도덕과 공공정책에 적용하는 것이다. 공리주의는 효용(utility), 즉 한 인간이 주변환경을 통해 얻는 행복이나 만족감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그들에 따르면 효용은 복지의 측정지표이며 모든 공공정책과 개인행동의 궁극적인 목표다. 또 정부의 존재 목표는 사회구성원 전체의 효용의 합을 극대화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분배에 관한 공리주의자들의 논리는 한계효용체감 현상에 기초한다. 부유한 사람의 만원보다 가난한 사람의 만원이 큰 효용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소득이 증가하면 추가적으로 벌어들이는 만원에서 나오는 효용은 감소한다.

한계효용체감은 총효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자들의 목표와 함께 정부가 소득의 공평한 분배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의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다. 공리주의의 논리는 간단하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를 생각해 보자. 철수는 1년에 1억원을 벌고 영희는 1000만원을 벌고 있다. 철수에게서 만원을 빼앗아 영희에게 주면 철수의 효용은 감소하고 영희의 효용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한계효용체감 현상에 따라 철수의 효용 감소분은 영희의 효용 증가분보다 작다. 그러므로 이 같은 소득의 재분배는 사회적 총효용을 증가시키므로 공리주의자의 목표에 부합한다.

이러한 공리주의자들의 주장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똑같은 소득을 가질 때까지 정부가 소득의 재분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리주의자들은 사람들이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원리를 인정하며 소득의 완전 균등분배는 거부한다. 즉 철수의 돈을 영희에게 주기 위해 정부는 소득세나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소득재분배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높은 소득세를 부과하거나 보조금을 줄여 소득을 감소시킨다면 철수와 영희는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적게 일하면 사회의 소득은 감소하고 총효용도 감소한다.

공리주의 정부는 평등에서 오는 이익과 근로의욕 저하에서 비롯되는 손해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총효용을 극대화하려면 정부는 사회를 완전히 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존 롤스의 견해(점진적 자유주의)소득불평등에 대한 둘째 사상은 점진적 자유주의다. 롤스가 그의 저서 1971년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처음 이 사상을 발표했다. 롤스는 사회의 각 단체, 법, 정책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회구성원 모두 정의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롤스는 다음과 같은 가상실험을 제안한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사회를 지배하는 공정한 법칙을 만들기 위해 다같이 모였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어느 누구도 자기가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그 사회에 태어날지 모른다고 하자. 롤스의 표현대로 지금 우리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뒤에 가려진 '초기 상태(original position)'에 있는 것이다. 이 초기 상태에서 우리는 정당한 사회적 규칙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규칙이 사회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롤스는 "모두 같은 입장에 있고, 아무도 자신의 사적 이익에 유리한 원칙을 세울 수 없다면 공정한 합의와 협상의 결과로 정의의 원칙(the principles of justice)이 도출된다"고 말한다. 공공정책과 법률을 만들 때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우리는 어떤 정책이 옳은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롤스는 이어 이러한 무지의 베일 뒤에서 고안된 정책은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고찰한다. 특히 사람들이 자신이 상위층에 속할지, 중간층일지, 아니면 하위층일지 모를 때 어떤 소득분배가 정당하다고 생각할지를 추론했다. 그의 추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초기 상태에선 소득분배의 최하위층에 떨어지지 않을까를 가장 우려했다.

롤스는 따라서 공공정책의 목표는 사회 최빈층의 복지를 증가시키는 것이 돼야 한다고 봤다. 이는 공리주의처럼 모든 사람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효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롤스의 이 원칙을 '최소극대화 기준(maximin criterion)'이라고 부른다. 최소극대화 기준은 사회의 가장 불행한 계층의 복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소득분배의 균등을 추구하는 정책을 정당화시킨다. 부자에서 가난한 사람으로 소득이 이전되면 최빈층의 복지는 증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극대화 기준이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모든 사회구성원의 소득을 균등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면 사람들의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사회 전체의 총소득도 점차 감소해 최빈층의 복지수준이 오히려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극대화 기준은 소득의 불균등을 용인한다. 불균등은 동기 부여를 하고 그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도 증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스 철학은 최빈층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공리주의자들보다도 소득의 재분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 로버트 노직의 견해(급진적 자유주의)불평등에 대한 셋째 사상은 급진적 자유주의다.

앞에서 살펴본 두 가지 견해는 사회의 총소득을 정부가 특정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자유롭게 재분배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았다. 그러나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은 사회 자체는 소득이 전혀 없다고 본다. 그 사회의 구성원만이 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은 정부는 특정한 목표의 소득재분배를 위해 사회구성원들의 소득을 이전시키거나 변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철학자 노직은 1974년 '무정부,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Anarchy, State and Utopia)'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제 파이 한 조각을 받아들고 그 파이 조각을 잘못 썰었다고 다시 썰고 있는 사람의 곁에 있는 어린애가 아니다.

중앙집권적인 배분이란 없다. 어느 누구도, 어떤 집단도 자원을 통제하거나 얼마만큼 나누어줄지 결정할 권한을 가질 수 없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가졌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과 교환했거나 선물로 받은 것이다. 새로운 재산은 자발적인 교환과 인간들의 행동을 통해 형성된다. "노직은 어느 정도의 불평등이 바람직한 수준인지를 판단하려는 시도 논의 자체가 쓸데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활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대안으로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과정을 검토하자고 제안한다. 소득분배가 부당하게 이루어지면, 예컨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쳤다면,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그러나 소득분배 과정이 정당했다면 그 결과로 이뤄진 배분은 정당하다. 소득분배의 결정 과정만 정당하다면 그 결과가 얼마만큼 불평등하든지 그것은 공정한 것이다.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들은 기회의 균등이 결과의 균등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정부가 모든 이들이 재능을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기회의 균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게임의 규칙이 정립되면 소득의 분배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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