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특정 분야의 학문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유한 학문적 논의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 경제학 역시 학문적 고유의 영역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학을 보면 점점 그 학문적 논의의 대상이 확장되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논의 대상이었던 소비, 투자, 금리, 물가, 세금 등에서 벗어나 생물학의 학문적 대상이었던 생태계 현상을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는가 하면 종교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의 폭을 넓히고 있다.
경제학적 담론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희소성에 있다. 희소성을 갖고 있는 자원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논의를 필요로 하는 대상 즉, 경제학적 논의가 필요한 대상을 우리는 경제재(economic goods)라 부른다. 반면 무한정 존재해 희소하지 않아 경제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는 대상을 우리는 자유재(free goods)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재화의 경우 부존량이 너무 많아서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재화가 있다. 이를 자유재라고 한다. 시대 상황 따라 달라지는 재화구분
공기는 부존량이 너무 많아 사람들이 누구나 사용해도 늘 부족함이 없다. 따라서 공기는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되는 재화가 아니다. 이와 달리 사람들의 욕구에 비해 자원의 존재량이 적어 희소성이 있는 재화를 경제재라 한다. 경제재는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재화는 경제재로 볼 수 있다.
자유재와 경제재의 또 다른 특징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한때 희소한 경제재여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주고 구입해야만 했던 것이 누구나 맘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유재로 변하기도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지식재산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기술 내지 저작물이 해당한다. 특허나 저작권으로 보호받았던 특정 기간이 만료된 기술이나 저작권은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 우리가 고전 문학작품을 출판하면서 저자 내지 저자의 유가족에게 인세 등을 지급하지 않고 편히 출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시대 상황이 변화해 자유재에서 경제재로 바뀌는 재화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래다. 모래라고 하면 길에서 흔히 얻을 수 있는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되기 쉽다. 하지만 최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심지어 무가치하게 보이는 모래는 최첨단 정보기술(IT)의 주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원래 모래는 콘크리트 골재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래에 대한 활용폭이 점차 넓어져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모래 그 자체를 쓰면 값어치가 낮지만 화학처리나 가공과정을 거치면 몸값은 천정부지다.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의 핵심 소재도 모래다.
귀한 재화 된 모래와 물의 변신
현재 한국은 질 좋은 모래를 구하기 어려워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바닷가 모래는 채취가 끝났거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채취하기 쉽지 않다. 과거 안면도나 주문진 앞바다 모래를 일부 사용한 바 있지만 요즘은 경기 가평 광산을 비롯한 산에서 나오는 규암을 잘게 부순 것으로 수요를 일부 충당하고 있다. 제철소에서 주로 쓰는 화재방지용 벽돌은 국산 모래로는 만들 수 없어 외국에서 수입한다. 이런 상황으로 현재 국내에는 모래를 전문으로 수입하는 업체도 20여개에 이른다.
모래처럼 특정 재화가 자유재에서 경제재로 바뀔 경우 이는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유재에서 경제재로 바뀐 또 다른 재화인 물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한국은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하여 어디서나 쉽게 맑은 물을 구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맑은 물이 자유재였던 셈이다. 반면 요즘은 환경오염으로 맑은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돈을 주고 생수를 구매하고 있다. 자유재가 경제재로 변신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물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고 있다. 워터소믈리에, 워터어드바이저, 워터스튜어드, 워터웨이터, 워터매니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원래 소믈리에는 호텔 식음료와 케이터링(catering) 분야의 와인 전문가를 지칭하는 용어로 흔히 사용되고 있는데, 사람들의 건강과 웰빙에 대한 염려가 커지며 핵심 요소인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좋은 물, 나에게 적합한 물을 추천해 주는 워터소믈리에도 등장하게 됐다.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은 2000년 미국 맨해튼 리츠칼튼호텔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와인 소믈리에가 물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생성됐다고 한다. 한국에도 2007년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소개되기 시작했고, 2011년 3월부터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의 자문을 받아 공식적으로 워터소믈리에 교육이 시작됐다고 한다. 현재 워터소믈리에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민간자격증으로 등록된 공식적인 직업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