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울수록 옷은 잘 안 팔리지만 여성들이 립스틱과 같은 저가 화장품을 많이 구매하는 현상을 가리켜 ‘립스틱 효과’라고 합니다. 여성들의 지갑이 얇아지면 비싼 옷과 가방, 구두를 사기 어렵잖아요. 그 대신 돈을 아끼면서도 심리적 만족을 얻고 쉽게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수단으로 립스틱을 선택한다는 얘기입니다. 경기 침체, 립스틱 매출 30% 증가
립스틱 효과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때 산업별 매출 통계를 근거로 만든 경제용어입니다. 실제로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이후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립스틱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 하반기에 백화점의 립스틱 매출이 20~30%씩 늘어났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는 립스틱 판매량을 토대로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립스틱 지수를 만들어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립스틱이 잘 팔린다고 해서 무조건 경제가 나쁘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립스틱 판매량은 경제 상황 말고 마케팅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인기 배우나 탤런트가 쓰는 립스틱이 잘 팔릴 때도 있고 화장품 회사가 신제품을 개발해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도 경제와 상관없이 판매가 늘어납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 역을 맡은 전지현 씨가 사용한 일명 ‘천송이 립스틱’은 드라마 덕에 매진됐다고 합니다.
불황이면 스커트 길이 짧아져
립스틱 효과와 비슷한 용어로 불황일수록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미니스커트 효과’도 있습니다. 불황일 때는 가라앉은 기분을 띄우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고 합니다. 무거운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니스커트 효과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니스커트가 유행한 것이 1995년인데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에는 치마가 길어졌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경기와 상관없이 미니스커트는 꾸준히 유행하고 있습니다. 미니스커트라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요.
불황일 때 미니스커트나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말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처럼 일부가 우연히 맞아떨어져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 것을 ‘경제 속설’이라고 부릅니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이 왼손잡이인 것을 보고 왼손잡이는 머리가 좋다고 믿는 것입니다. 경제 속설이 경제 이론으로 되려면 그 논리가 실제 데이터로 입증돼야 합니다.
경제 속설에 현혹되면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부가 호황인지 불황인지 잘못 판단해 엉뚱한 정책을 펴다 경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샤워실의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앗 뜨거워! 앗 차거워!…‘샤워실의 바보’
샤워실의 바보는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적정한 온도의 물이 나오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하게 온수나 냉수를 번갈아 가며 틀다 샤워를 망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온수를 틀더라도 바로 더운 물이 나오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 새를 못 참고 온수를 세게 틀다가 “앗 뜨거워!” 하고 냉수로 확 돌렸다가 “앗 차거워!” 하며 다시 온수로 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이 어리석은 사람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바보는 정부를 가리킵니다. 그는 정부의 성급한 경제 정책을 꼬집은 것입니다. 정부는 경제 정책으로 경기를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침체되면 시장에 돈을 풀어서 가라앉은 경제를 띄우고 경기가 과열되면 시장의 돈을 거둬들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든 장사를 하든 잘될 때는 돈이 잘 돌고 안 될 때는 돈이 부족하니까요. 정부가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늘릴지, 줄일지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성급한 경제 정책 꼬집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