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절(中元節)은 고대 중국에서 하안거(夏安居)를 마친 승려들을 공양하던 풍습에서 비롯된 명절이다. 여기서 하안거란 승려들이 여름 동안 함께 모여 행하는 수행으로, 하안거가 시작되면 승려들은 한곳에 모여 좌선과 참선을 통해 불도를 정진한다. 통상적으로 하안거는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에 이르는 3개월에 걸쳐 시행되는데, 하안거가 종료되는 날에 맞춰 사람들이 승려들에게 음식을 봉양하면서 중원절이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작 초기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종교행사의 일종으로 여겨졌던 중원절은 이후 조상의 넋을 기리고 지상의 망령(亡靈)을 천도(薦度)하는 민간의 풍습이 더해지면서 명절화됐고, 오늘날에는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가족과 여흥을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원절은 중화권 대부분의 국가에서 명절로 지정돼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대만의 중원절이 널리 알려져 있다. 대만에서는 중원절 하루뿐만이 아니라 음력 7월을 ‘귀신의 달’로 정하고 한 달 내내 귀신들을 위한 축제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만 사람들은 음력 7월 초하루가 되면 저승의 문이 열려 온갖 귀신이 현세로 내려오는데, 이때 귀신들을 융숭히 대접하면 행운이 깃든다고 믿고 있다. 이로 인해 대만 곳곳에서는 음력 7월 내내 귀신들을 맞이하고 위로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가령 대만 북부의 항구도시 기륭에서는 많은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대만을 대표하는 15개의 성(姓)씨를 형성화한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린다.
또한 대부분의 상점과 가정에서는 조상의 혼령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을 차려놓고 향을 피우며 제를 올린다. 한편 강이나 바다에서는 후손이 없거나 아직 이승에 머물고 있는 영혼들이 무사히 천도할 수 있도록 등불을 밝히고 지전(紙錢)을 태우는 의식이 벌어진다. ‘귀신의 달’ 기간에는 경극과 같은 전통 공연도 많이 열리는데, 이 역시 귀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다. 즉 대만에서 중원절은 종교행사이자 조상께 예를 다하는 경건한 날인 동시에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날인 셈이다.
특정 시기 일시적 발생하는 실업
하지만 제아무리 웃고 즐기는 축제라고 하여도 귀신과 같은 공간에서 그것도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마냥 유쾌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앙을 불러오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바로 귀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대만에서는 ‘귀신의 달’ 기간에 많은 일이 터부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귀신의 달’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집을 떠나 여행하는 것을 삼가고,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새집을 장만하는 일도 꺼린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사거나 이사해야 한다면 계약만 하고 나중에 차를 인도하거나 새집으로 이사할 정도다. 또한 결혼이나 출산과 같이 일생일대의 중요한 거사는 음력 7월을 피해 날을 잡는 것이 관습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늦은 시간 홀로 거리를 걷거나 휘파람을 부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고, 어린아이에게는 물가에서 놀거나 수영을 하지 못하도록 조심시키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일을 기피하고 금지하는 것은 물론 귀신과의 접촉으로 혹 생길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와 액운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계절적 실업 부르는'귀신의 달'
문제는 이런 관습이 대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귀신의 달’에는 물건을 잘 구매하지 않는 관습상 소매업의 실적이 하락세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터부와 관련된 업종의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컨대 여행사나 예식장은 고객이 줄어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가 되고, 부동산과 이삿짐센터는 주택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한시적으로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일부는 ‘귀신의 달’이 되면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소비 수요가 줄어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즉 음력 7월 대만에서는 ‘귀신의 달’로 인한 ‘계절적 실업(seasonal unemployment)’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계절적 실업이란 계절의 특성에 따라 유발되는 실업을 말한다. 이는 주로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실업의 형태를 일컫는데, ‘귀신의 달’ 경우처럼 관습이나 제도에 의해 특정 시기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실업도 계절적 실업의 범주에 포함된다. 계절적 실업은 건설업, 관광업, 농업 등의 분야에서 주로 목격된다. 예를 들어 장마철이 되면 비오는 날이 많아져 공사장 근로자들의 일거리가 줄기 마련이다. 또한 수상 안전요원은 겨울철에, 스키장의 스키강사는 여름철에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 농촌에서는 수확이 끝나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많은 농민들이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이와 같이 날씨, 관습, 제도 등 다양한 계절적 요인에 의해 노동에 대한 수요가 변화하여 발생하는 실업이 계절적 실업인 것이다.


